9-5. [사랑] 보듬어주기

사랑

by 오 영택

# 보듬어주기

사람에게는 인정욕구라는 게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정욕구(need for approval)’은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를 의미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칭찬과 격려 속에서 성장한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자존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타인의 인정이 때때로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떤 감정을 경험하게 될까?


인정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그 영향은 단순한 실망감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경험의 누적은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자신을 깎아내리고, 자기 회의(self-doubt)로 이어진다. 타인의 인정이 없으면 스스로의 가치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 결과, 자신을 더 돋보이게 만들려는 과도한 완벽주의(perfectionism)로 나타나기도 하고, 반대로 도전이나 시도를 회피하기도 한다. 또한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끊임없는 평가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경험이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그것이 존재 이유처럼 애썼던 때가 있었다. 작은 노력에도 칭찬해주던 그 모습을 보고 싶어서 애썼다. 기대만큼 반응이 오지 않으면, 초라함을 느끼곤 했다.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고, 애씀이 무의미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이는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컸으나, 자신감 없는 모습은 인정과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결국 점점 자신을 깎아내렸고, 이내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사람이 많은 공간을 피해 다녔다. 오랜 리더활동으로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두렵지 않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심장이 빨리 뛰었고, 늘 긴장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무너진 마음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3개월 정도의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왜 인정받기를 원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되뇌었다. 자문 끝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인정받지 못해서 힘들었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스스로를 인정해주지 못하니 가까운 사람에게서 그 인정의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분명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처음 일을 배우는 상황이었음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익히고 프로젝트까지 맡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수고했어”라는 말을 스스로 해주지 않았다.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한다고 여겨왔으면서도 인정받기 원했던 것이다. 스스로를 인정할 줄 모르니, 가까운 사람에게서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었다. 스스로 보듬어주지 않으니 외부의 따뜻함을 전부라고 여겼던 것이다.


숙고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보듬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스스로 자신을 인정해주지 못하면, 진정한 인정은 요원해진다. 이는 구멍 난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구멍 난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방법은 항아리를 물속에 던지는 것처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내면 깊은 곳에 내던져야 한다. 진정으로 자신을 인정해줄 줄 알아야 인정욕구가 채워진다. 보듬어준다는 것은 단순한 위로를 뜻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보며, 부족한 점이 있어도 괜찮다고 구체적으로 얘기해주는 것이다. 실수했어도 다음에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에, 지금의 부족함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기에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실수를 하거나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여전히 자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되뇌는 것이다. 정신승리라 치부될지언정 지금의 나를 보듬어주는 것이다. 주저앉아서 나아가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온전히 보듬어줄 수 있다. 나아갈 힘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보듬어줄 수 있을 때,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절박한 갈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욕구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타인의 인정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을 믿으며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을 인정하는 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혼잣말하는 것처럼 어색할 수 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지금의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어떤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지 등 자신과의 대화를 거쳐 하루의 고됨을 묻고 들어주는 것이다. 마음속에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말함으로써 표출하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혹은 한 주를, 혹은 한 달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안부를 건네보면 어떨까.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8화9-4. [사랑] 자기애(自己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