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사랑] 자기애(自己愛)

사랑

by 오 영택

# 자기애(自己愛)

이처럼 타인의 사랑을 통해서도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스스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외부의 사랑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은 죽기 마련이고,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애의 시작이다.


그러나 자기애는 단순히 ‘나는 소중한 존재다’라고 외친다고 생기지 않는다. 진정한 자기애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자란다. 단점을 감추려 하기보다는 인정하고, 실패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찾으며,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단단한 자기애가 자리 잡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하나는 찬찬히 바라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솔직해지는 것이다.


지인의 고향인 군위로 일행들과 놀러 간 적이 있다. 저녁에 별 구경할 수 있는 명소를 갔는데, 별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불빛들이 없으니 선명하게 별들을 볼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계속 보고 있었다. 계속 보고 있으니, 좀 더 많은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별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 하나 둘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 저기 별똥별 떨어진다.” 그 후에도 간간히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불빛이 사라진 밤하늘을 찬찬히 바라보면 더 많은 별들이 보이는 것처럼, 우리도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보이는 별들이 있다. 홀로 있는 시간을 통해, 지나온 순간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있었으나 보지 못했던 것을 바라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 자신만의 의미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별들 사이에서 특정한 별자리를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다 보면 별똥별처럼 선명한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의 일이었음에도 오늘날에도 영향을 끼치는, 그때의 경험과 의미가 지금도 유효한 순간을 목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찬찬히 지나온 시간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솔직해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솔직함은 단순히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솔직함이란, 외부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과 관계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주하는 태도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인생에 대한 솔직함은 편집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늘날 SNS를 보면 온갖 좋아 보이는 모습들로 가득하다. 누구나 성공한 것처럼 보이고, 매달 많은 돈을 버는 것처럼 말한다. 좋은 곳에 가서 즐기는 사진들과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들이 범람한다. 때로는 SNS에 올리기 위해, 명소를 찾아가기도 하고 연출하기도 한다. 좋아 보이는 것들만 강조하고, 그렇지 않은 순간들은 감춘다. 이처럼 단편적으로 올라오는 좋은 것들에는 걱정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항상 좋을 수는 없음에도 이런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개인의 기록 공간임에도 좋은 것들로만 전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부끄러움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이들이 가타부타 말하는 게 싫어서 일수도 있다. 이런 모습은 솔직함이라 말할 수 없다. 불완전한 부분을 숨기며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에 대한 솔직함은 자신의 아픔을 숨기는 것이 아니다. 힘들게 보내온 시간을 잊어버리는 게 아니다. 지나온 시간에서 교훈과 가치만 뽑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훈과 가치는 자신만의 스토리에서 발굴할 수 있는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모습, 흔들리는 감정, 실패 속에서의 좌절도 나의 일부다. 솔직해진다는 것은 이런 모든 면을 받아둘이고, 부족한 부분까지도 인정하는 것이다.


솔직함이 가져다주는 유익은 분명하다. ‘진정한 자유’를 맛보게 해준다. 사람은 평가받는 존재이기에 신경 쓰며 살아가지만,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평가는 받을지언정 그것으로 인해 무너지지 않는다. 남들이 바라보는 나보다,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자기애의 핵심이다. 지금의 상태가 어떠하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부족함과 아픔까지도 인정할 때, 비로소 자기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얘기할 수 없지만 모든 순간에 자신만의 스토리에 가치가 있음을 자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에게 안부를 물어야 한다. 지금의 감정은 어떤지, 무엇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은지 말이다. 나아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어떻게 해결해나가면 좋을지 자문하며 나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런 연습을 통해 익숙함을 쌓아야 한다. 자신과 친밀해져야 한다. 또한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때로는 설명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럴 때는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한 이유를 얘기하면 된다. 모든 것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진정으로 궁금해 하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생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별들이 스스로를 소개하지 않아도 고유의 빛을 발산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자랑하지 않아도 괜찮다. 좋은 것들만 나열해서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별들의 빛은 사람에 의해 보여지는 것처럼, 우리의 가치 역시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보일 것이다. 도시에서는 여러 불빛으로 인해 별들이 보이지 않더라도 별들은 자신만의 빛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 하지만, 요즘은 자신조차 잊어가는 세상이 되어가는 듯하다. 대단한 무언가를 해낸 사람만이 뛰어난 게 아니다. 일상을 착실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반복되는 고됨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회사를 염원하고 바랄 수는 있지만 나를 한없이 초라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진정한 자기애는 지금이 어떠하든, 온전히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음의 요동, 비루하다 느끼는 순간, 지금까지의 수고, 이뤄낸 성과, 다채로운 경험 등 나의 상황과 관계없이 헤아려보는 것이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란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 황가람, 반딧불 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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