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어떤 존재나 사람으로부터 받은 사랑의 기억은 살아가는 또 다른 원동력이 된다. 이런 사랑의 모습은 대개 인정과 존중, 반가워해주는 모습들로 나타난다. 표현에 애정이 묻어 있다는 느껴진다. 그렇기에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이 마음의 발원은 더 큰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일 수도 있고,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변화를 촉발시킬 만큼 강력한 촉매제는 사랑이라는 점이다.
사랑의 형태는 인정과 존중 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헌신, 의심없이 상대를 믿어주는 신뢰, 상대를 생각하는 배려, 좋은 것을 함께 나누는 마음, 나의 얘기를 경청해주는 모습 등은 다양한 이름으로 묘사된다. 이런 사랑의 경험은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나아가게 한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의심스럽고 낯설어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한결같은 사랑을 안정감을 제공한다. 이 안정감은 사람에게 자유함을 선물해준다. 이 자유함은 마음의 긴장을 풀고 경계심을 낮춰준다. 덕분에 사람을 잘 대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을 받은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인간관계에서 적용되는 것이다.
나아가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고맙다’, ‘감사하다’라는 말로 남은 기억들이 쌓여갈수록 자신이 사랑받을만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모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랑받은 기억과 경험에서 자발적인 사랑이 발원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하는 배려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한 모습으로, 때로는 누군가를 걱정하며 연락하고 도와줄 방법을 모색하는 모습으로, 때로는 좋은 것을 접할 때 먼저 떠오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즉 받은 사랑의 형태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조차 온전히 사랑할 수 없는데, 다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기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랑의 여러 형태와 개념들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념적으로 아는 것과 경험적으로 아는 것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사랑의 한 모습인 인정과 존중을 살펴보자. 개념적으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존재 자체를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를 인정이라고 한다. 그 사람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받아들이는 것이다. 단순히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이 가진 개성과 노력, 나아가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행위이다. 존중은 인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랑의 형태이다. 단순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배려하는 태도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사랑한다는 표현 아래, 상대를 온전히 인정하기보다는 상대를 바꾸려 하거나 자신의 방식대로 이끌려 한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를 강요하는 것이다.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한다고 말 하지만 결이 다른 사람과는 점점 멀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게 사람이다. 이처럼 인정과 존중은 개념만큼이나 쉽지 않다. "말은 쉽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유이다. 이런 이유들에서 받은 사랑의 형태들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타인을 향한 인정과 존중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이런 태도와 모습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 출발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도 동일한 태도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신을 바라보는 사고의 과정이 타인을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인내의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과 달리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이유와 고민의 과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든 평가가 갈리는 것처럼,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저 이해를 위한 시도와 존중하기 위한 마음을 먹는 수밖에 없다. 사랑에 결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인내와 오래참음 역시 필요하다. 불편을 감수하고 맞춰가려는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모두를 대상으로 이런 노력을 다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가는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해할 수 있고 노력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는 인정하고 존중하기를 포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모두에게 '착하다'는 평가를 받기보다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도 불편한 사람은 존재하고, 마음에 여유가 없는 순간도 있다. 다르게 말하면 그들도 나를 이해할 만하고 마음을 줄 수 있기에, 관계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그들의 사랑을 가벼이 여기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를 소중한 존재로 여겨주고 대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이를 통해 나 역시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순간순간 체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