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자신만의 신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철학’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철학이란 기존의 생각과 신념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을 위한 도구라고 말할 수 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얻은 수확 중 하나는 바로 ‘철학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점이었다. 이전에는 '철학'이라고 하면, 고상하고 어려운 막연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책을 통해 철학이 거리감 있는 학문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여러 철학자의 계보를 익히고, 그들이 주장한 개념과 논리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철학자들의 사상을 숙지하는 것이 곧 철학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
우리가 흔히 하는 큰 착각 가운데 하나가 철학 이론을 공부하는 것을 철학 하는 것으로 안다는 것입니다. 데카르트나 칸트나 공자가 남긴 이론을 열심히 공부해서 그들이 한 주장의 내용을 전부 이해하고 숙지하면, 그것을 자신이 철학을 하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런데 철학을 한다는 것은 이전의 철학자들이 남긴 체계적 이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철학은 이미 있는 철학적 지식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철학적 이론이 생산될 때 사용되었던 그 높이의 시선에 함께 서보는 일입니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고도의 지성적 시선으로 사유 활동을 한다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해놓은 철학적 사유 활동의 결과들을 단순히 습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해놓은 생각의 결과들을 배우는 이유는 단지 그 과정을 통해서 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_ 탁월한 사유의 시선 p.153 中
즉, 철학은 기존의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만들어낸 ‘사유의 방식’을 익히는 것이었다. 철학은 ‘생각에 대한 생각’을 하는 과정이며,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질문하고 사고하는 태도 그 자체였다. 덕분에 철학에 대한 막연한 부담이 가벼워졌다. 반드시 방대한 이론을 숙지하지 않아도, 지금처럼 내 생각을 정리하고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것 자체가 철학적 사고의 시작이라는 점이 반가웠다. 덕분에 철학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철학을 수동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여겼다면, 이제는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가는 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철학은 특정한 지식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특정 현상이나 생각에 대해 생각해 보고 나만의 사고를 정립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즉, 철학은 자신만의 신념을 세우고 이를 지탱하는 논리적 토대인 셈이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하며 정립해야 한다. 모든 것을 수용할 필요는 없지만 반대를 위한 거부가 아니라 자신만의 근거에 비추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마음을 지키는 도구가 된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고 결정하는가?”를 묻는 과정을 통해, 주체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지킨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무책임한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신념을 근거로 삶을 설계하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환경에 의해 표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를 저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이는 누군가의 눈에는 합리화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상관없다.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다른 이들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선으로 내린 판단이기 때문이다. 평가는 언제나 바뀌는 변수이지만, 지속력은 결국 내면의 신념이라는 상수에 달려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처럼 철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 고민하는 순간부터 이미 우리는 철학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유의 과정이 쌓일 때, 우리는 더 주체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사실, 삶의 모든 선택은 철학과 연결된다. 직업을 결정할 때, 관계를 맺을 때,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철학 하는 힘이 약하면, 우리는 외부의 기준과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게 된다. 반면 철학 하는 힘이 강하면 자신의 가치관과 논리에 따라 나아갈 수 있다. 흔들리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철학은 단순한 지적 놀이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탱하는 가장 본질적인 힘이라 할 수 있다.
철학 하는 힘은 곧 ‘스스로 사고하는 힘’이다. 분위기와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가?’,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지적 활동을 넘어, 현실에서 자신의 방향을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적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