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읽기] 읽기는 의식적인 것이다

읽기

by 오 영택

5. 읽기
_읽기가 일기를 결정한다.


“사람은 자신이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_ 마르틴 발저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해석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책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이를 통해 사물을 더 깊이 관찰하고 통찰할 수 있다. 결국, 본질을 파악하는 힘은 얼마나 많은 생각의 전환을 경험했느냐에 달려 있다. 새로운 시각을 접할 때, 우리의 초점을 조정하고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며 사고의 틀을 넓혀나갈 수 있다. 그렇기에 읽기란, 생각의 순서를 바꾸고 이전과의 다른 연결고리를 발견해나가는 의식적인 활동이다.




# 읽기는 의식적인 것이다

우리는 매일 많은 것을 보고 듣는다. 출퇴근 시간만 해도 이어폰을 꽂고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SNS나 뉴스를 통해 소식들을 접한다. 메신저들을 통해 얘기를 주고받거나 통화를 한다. 길거리를 걸을 때도 음악을 들으며 휴대폰을 붙잡고 끊임없이 보고 듣는다. 눈과 귀를 통해 쉼 없이 많은 데이터를 접한다. 이렇게 매일 보고 듣는 내용들은 삶의 소재로 활용된다. 얘깃거리 삼기도 하며, 심심하거나 마음이 힘들 때는 즐겨 듣던 노래가사를 읊조려보기도 하고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이처럼 보고 듣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볼 수 있기에 반응하고, 들을 수 있기에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매일 많은 것을 보고 듣지만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굳이 기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에 뇌가 장기기억으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많은 정보를 접해서 기억을 못하는 게 아니다. 기억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하루에도 많은 영상이나 내용을 보고 들으며 시간을 보내지만, 기억하는 비율은 그에 비하면 극히 적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 신선한 내용, 뇌리에 박히는 소식 외에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냥 스쳐가는 데이터일 뿐이다. 보고 들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의미 있는 것이 아님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돌이켜보면, 선택하는 것과 결심하는 데 있어서 연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요소들은 기억나는 순간들이다. 쉽게 말해, 무언가에 꽂혔을 때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그 기억의 조각들을 현재에 연결하여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처럼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은 일상에서 보고 듣는 것과는 다른 시각에서의 바라봄이다. 같은 눈과 귀로 접하지만 다르게 다가올 때가 있고,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관심사나 흥미를 끄는 것들에는 집중하여 보게 된다. 시간을 때우기 위한 목적이 무언가를 위해 시간을 채우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시간이 무언가를 위해 달리는 시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보기만 했던 시간이 읽는 시간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읽기'란 무엇일까? 우선 '보다'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읽기'는 보는 것, 다시 말해 접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보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처럼 말이다. 영어에서 '보다'를 뜻하는 대표적인 단어에는 'see', 'watch', 'look'이 있다. 이들을 구분하자면 'see'와 'watch'가 '본다'에 해당하고, 'look'은 '읽기'에 속한다. 'see'는 눈을 뜨고 있기에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눈동자를 굴리거나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몸을 움직이는 만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즉, see는 무의식적인 반응인 셈이다. 이와 달리, 'watch'는 의식적인 활동이다.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시 말해, 눈에 보여서 보는 게 아니라 보기 위해 시청한다는 말한다. 그렇다면 'look'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look'은 무언가를 집중하여 보는 것을 뜻한다. 목적이나 관점을 갖고 바라보는 것이다. 의도적이면서 의식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살펴본 것처럼, 본다고 해서 다 같은 바라봄이 아니다. 보이는 것과 찾아보는 것, 찾아보다가 집중하는 것의 결은 다르다. 이 셋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바라봄에도 깊이와 단계에 따라 보이는 것 역시 달라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적용되는 것이다. 같은 영상이나 책을 보더라도 느끼는 바와 얻는 바가 서로 다른 경우가 있다. 인상적인 내용이 다른 경우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적게 보이는 반면 어떤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보기도 한다.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바라봄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읽는 넓이와 깊이가 다르기에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읽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단어와 문법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뜻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바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바로 이런 활동이 '읽기'이다. 보기와 읽기는 분명히 다르다. 눈으로 보기 때문에 읽는 건 사실이지만, 본다고 해서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은 별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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