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읽기] 읽어두면 좋은 것

by 오 영택

# 읽어두면 좋은 것

살펴본 것처럼 읽기는 뇌가 담당한다. 보는 것과 듣는 것만으로는 읽는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읽기는 총체적인 작업이다. 경험했던 기억과 다른 이들의 얘기와 정보, 스스로 판단하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그래서 같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더라도 느끼는 바가 다르고 기억하는 내용이 다른 것이다. 같은 나이일지라도 경험한 바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이 항상 일치할 수 없다. 바라보는 관점과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읽는 능력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시간만이 읽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다. 흔히 시간이 지나면 이해되고 납득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 역시 같은 의미일 것이다. 밀란 쿤데라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겨지고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_밀란 쿤데라


시간이 지나면 이해되지 않던 상황이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있다. 살아온 시간만큼의 경험들이 쌓여 당시의 상황을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단념일수도 있고 합리화일 수도 있다. 자신만 알 뿐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점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의문을 안고 있던 상태에서 자신만의 가설을 세울 수 있는 상태가 됐음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읽지 못했던 순간이 읽을 수 있는 자신만의 순간이 된 것이다. 물론 이 해석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자신의 지난 일들에 대한 해석은 언제나 오독일 수밖에 없다. 상황과 관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 해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지구에 많은 민족이 있는 만큼 다양한 언어가 존재한다. 민족마다 언어가 다르고, 같은 민족일지라도 지역마다 사투리가 존재한다. 그만큼 언어는 다양하다. 그럼에도 사람은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다. 읽기는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생각은 마음가짐을 지칭하지 않는다. 연결하고 해석하는 관점을 의미한다. 언어를 변환할 수 있고 정보와 지식은 수없이 넘치기 때문에 연결하고 해석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읽을 수 있는 것 역시 셀 수 없이 많아지는 이유이다. 단순히 활자로 된 책뿐만 아니라 문자나 그림으로 표현된 모든 것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모든 것을 읽을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지만, 유한한 존재이기에 불가능하다. 또한 해석은 항상 달리지기 때문이다. 단지 완벽하게 해석했다고 여길 수 있을 뿐이다. 읽어야 할 것을 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읽는 것이 좋을까?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분위기를 읽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 반면, 다른 사람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두려워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살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런 경우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부랴부랴 따라하는 모습으로 이어지곤 한다. 인문학 열풍이 불 때는 인문학 공부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주변 사람들이 영어회화 공부를 하면 회화학원을 등록하며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한 열심은 얼마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매년 되풀이한다. 따라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함 때문에 따라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신만의 목표와 목적이 빈약하기 때문에 불안감은 점점 커진다. 이 악순환은 불안감이 커질수록 또 그럴듯해 보이는 다른 것을 따라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우리는 주변에 많은 신경을 쓴다. 어떤 결정을 하게 만들 만큼. 그렇기에 더욱 내면과 자신만의 깊이에 신경 써야 한다. 따라가지 않고 따로 가기 위해 자신을 살펴봐야 한다. 스펙이라 불리는 점수와 자격증들을 높이 쌓는 것도 좋지만, 쉽게 휩쓸리지 않을 깊이 있는 시선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내면을 살피고 깊이 있는 시선을 갖추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바라보는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순서를 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지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본질을 파악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의 내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언어를 분명히 할수록 모호함이 줄어들고 생각이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현상에 대해 관찰하고 꿰뚫어보는 통찰을 통해 본질을 파악하는 과정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에 대해 니체는 분명하게 말했다.


인간은 보는 법을 배워야 하고
생각하는 것을 배워야 하며
말하고 쓰는 것을 배워야 한다.

_ 니체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3화5-2. [읽기] 읽기는 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