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읽기] 순서 바꾸기

읽기

by 오 영택

# 순서 바꾸기

질문을 바꾸면 생각의 초점을 바꿀 수 있다. 초점을 바꾼다는 것은 주도권을 가져온다는 말과 같다. 주도권을 가져온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음을 뜻한다. 그렇기에 질문을 바꾸는 것은 상당히 의식적인 활동이다. 불현듯 떠오르거나 받은 질문을 자신에게 맞는 질문인지 판별하고 변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맞춤형 질문으로 바꾸어 풀어나가는 과정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가 듣는 질문들에 대해 되짚어보자. 인사치레로 하는 질문을 제외하고 듣기 싫은, 혹은 반갑지 않은 질문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아마 '언제'에 관한 질문이지 않을까 싶다. 대표적인 질문들에는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언제까지 공부만 할래?", '언제 철들래?", "취업은 언제 할 거니?", "애는 언제 낳을 거니?", "언제까지 부모님 신세만 지고 살거니?" 등이 있다. 이런 질문들은 사람을 초라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비교하는 동시에 촉구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에 그러다. 만족스럽지 못함을 넌지시 말하는 질문이라는 점에서도 한몫한다. '명절 잔소리' 중 최악의 질문에 등장하는 것이 주로 '언제'에 관한 질문이지 않던가.


우리나라는 '때'에 대한 강박이 있다. "다 때가 있다"라며 당사자보다 앞서 걱정해준다. '때'를 놓치면 다시는 안 올 것처럼 겁을 준다. 그래서인지 나이에 따른 암묵적인 기준들이 있다. 10대에는 학교를 다니는 것이 좋고, 20대 중후반까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늦어도 30살 전에는 취업을 해서, 30대에는 결혼을 하고 … 이런 식으로 '때'에 맞춰진 마스터 플랜이 존재한다. 어쩌면 모두가 바라는 최고의 플랜일지도 모른다. 잠깐 행복회로를 돌려보자. 초·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원하는 대학교와 적성에 맞는 학과로 입학하고, 등록금과 생활비 걱정 없이 공부하고, 좋은 학점을 받아 졸업해서 취업도 어렵지 않게 하다가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가정을 이루고 ……. 얼마나 좋은 플랜인가. 그러나 대부분은 불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OECD 자살률 1위의 불명예는 머지않아 탈출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나이에 따른 '때'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공부하기 좋은 때가 있고, 연애하고 결혼하기 좋은 때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생물학적으로, 사회적으로 덜 신경써도 되는 때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때가 아니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상대적인 시간일 뿐이다. 애써 하는 정신승리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이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특정한 순간은 누군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 때가 있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라는 말에는 부정하지 않는다. 이유들을 들어보면 수긍하게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럼에도 '때'가 지났다고 해서, 다른 시간이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덜 좋은 것 역시 아니다. 그저 자신만의 때가 다를 뿐이다. 다름이 좋지 않음을 의미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살펴본 것처럼 '언제'에 대한 질문이 꺼려지고 달갑지 않은 이유 자명하다. 암묵적으로 '때'에 벗어났음을 함축하고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생각을 묻기에 앞서 '언제'라는 질문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깊은 곳에서 스스로를 향하는 질문이다. "나는 언제 결혼하지?", "나는 언제 취업하지?", "언제 내 집 마련하지?", "언제 차 뽑지"와 같은 회의적인 질문이 대표적이다. 더 큰 문제인 이유는 주변 사람들과 이미 비교를 마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질문은 대개 회의적인 성격을 띤다. 그렇기에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쉽게 위축하게 만든다.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언제' 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의식적으로 질문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 "언제 ~할 거니?"라는 질문에 이어 "어떻게 하면 좋지?"라고 이어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고 묻고 "그렇다면 언제하면 될까?"라고 물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든, 자신에게든 마찬가지다. '어떻게' 라고 물음으로써 생각을 먼저 듣고 '언제'라는 질문을 통해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이게 대화를 위한 질문이다. 피하고 싶은 질문으로 다가가지 않는 대화를 위한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은 말문을 막히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대화를 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 질문이 자신을 향하든, 타인을 향하든 마찬가지다. '어떻게'가 정해지지 않은 채 '언제'에 초점을 맞추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폴 발레리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하고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_ 폴 발레리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5화5-4. [읽기] 초점 바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