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끌어온 부정의 동기-
30대까지 크고 작은 결과물을 이끈 계기들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가 좋아서 선택한 긍정의 동기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늘 선택의 갈림길 속에서 무언가가 하기 싫어서 혹은 누구처럼 되기 싫어서 불가피하게 선택했던 측면이 훨씬 컸다.
이렇게 긍정의 동기가 아닌 부정의 동기로 선택한 삶의 단편들은 고단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는 깊은 고민과 지속적인 탐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이런 과정을 생략한 선택의 과정들은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쉽게 나를 지치게 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동기부여도 처음 마음먹은 것처럼 지속되기는 어렵다. 하물며 그 자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닌 일은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적어내라고 하면 나는 늘 ‘디자이너’라고 적어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내 꿈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셨다. 결과적으로 예술 쪽은 극소수만이 성공하고 손가락 빨기 쉬우니 공부 쪽으로 내 꿈을 접게 하셨다. 현실적인 판단이었지만 그 이후로 내 삶의 큰 축은 남들이 인정해 줄 수 있는 그럴듯한 것, ‘성공’에 매달리게 된 것 같다.
대학생활 동안 진로를 고민할 때, 취업준비할 때조차 지금의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이 직업군에 호기심이 있던 적도 없다. 그러던 나는 1년 6개월의 취업준비 기간에 원하던 기업 취업에 모두 실패했다. 나이는 20대 후반에 가까워졌고 더 이상 취업준비할 돈도 부족해지면서 모든 상황이 조여 오는 압박감 가운데 조급한 마음으로 작은 회사에 취업하게 됐다. 하지만 이 회사생활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처음으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생각하게 됐다.
공무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수험생활을 시작하면서 보통 다른 수험생들이 악몽을 꾼다면 시험에 떨어지는 꿈을 꾸는 것이 악몽일 텐데 나에겐 퇴사한 회사를 재입사하는 것이 악몽이었다. 실제로 두 번 정도 재입사하는 꿈을 꿨었고 의지가 약해졌던 시기에 다시 마음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다.
공무원 수험기간 동안 학창 시절 공부했던 그 이상으로 공부에만 전념해 합격할 수 있었지만 사실 이 시기에 내가 진정 원한 것은 지난 기억을 다른 기억으로 덮어버릴 무언가를 간절히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자체가 좋아서 하게 되는 일이 몇 프로가 될까.
시작은 원하던 일이 아니었더라도 과정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고 결과를 얻은 후에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부정의 동기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고 그 과정이 때로는 너무 지쳤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현재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점에서 지나온 과정이 가치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