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문의료 대상자
내가 처음 방문해서 만난 분은 장애인 건강 주치의로 관계를 맺고 있는 50대 여성 분이셨다.
첫 방문을 나가게 된 계기는 첫 출근날 원장님께서 방문진료를 하는 날이고 나가보겠냐는 제의가 있어 호기심으로 무턱대고 그냥 나가보게 되었다. 잔뜩 긴장한 채로 원장님 차 안에서 어떤 것을 할지 곰곰이 생각했다. 마침내 방문할 집에 도착하고 방문 가방을 어깨에 메고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대상자 집을 찾았다. 도착한 집에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자욱했고 막 아침식사를 마친 모양이었다. 가족들은 화목해 보였으며 어디 가시는지 꽃단장을 하신 채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원장님께서 소개해주시고는 대상자 분을 만났다. 그분은 뇌병변 장애가 있어서 의사소통은 잘되지 않았지만 좋거나 싫다 정도의 표현으로 의사를 표현하셨다. 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좋은지 싫은지를 궁금했지만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서툰 내 모습이 조금 어색했다. 이와는 다르게 원장님은 매우 노련하게 진료를 하시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저질환이나 건강 관리해야 할지 가족들과 상의하는 진심을 담은 모습에 소소한 감동이 훈훈하고 따뜻했다. 비록 의사소통은 잘되지 않고 실천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가족이 느끼는 것인지 ‘그래요, 해봐요.’라며 긍정적인 답변으로 돌아왔다. 정말 필요한 건강관리 부분에서 강조하면서 우선순위와 여러 방법들을 가족들과 논의하는 모습은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새로운 감동이 있는 현장이었다. 그렇다. 의료기관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듯 만나는 대상자와는 다르게 이제 계속 보아야 할 관계라는 것을 알고 그 관계 속에서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했다.
잠시동안이었지만 가족 중에서 가장 애착이 높은 사람은 어머니라고 생각했고 어머니 얼굴에서는 여러 가지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딸을 지키기 위해서 주변 환경을 이겨내고 스스로 강해져야만 했던 어머니의 얼굴이 그동안 대단한 삶을 살았을지 그려졌다. 그래서 "어머니,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라고 말을 하게 되었고, 처음 온 간호사는 언제 본 적도 없는데 당황했을 만도 했지만 눈가가 촉촉해지며 두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의 마음을 먼저 녹이니 가족들도 마음을 나누어 주셨을 거라 생각하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이제 첫 방문을 마치고 다른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1시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건강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치료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의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혹스러웠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감사해요, 함께 잘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