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고독사는 아니겠지?
방문의료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상황을 마주 한다.
그중에서 마음이 덜컥하며 내려앉을 때도 있다. 평소 전화를 하면 잘 받으시는 분이 방문을 나갔을 때 문을 열어 주시지 않아서 전화를 했더니 안 받으시는 분이 몇 분 계셨다. 어떤 이유로 문을 열어주시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전화까지 받지 않으면 정말 불안해진다. 만나왔던 분은 고령이시기에 마음이 더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다. 매스컴에서도 홀로 계시다 돌아가시는 주제로 기사들이 많이 뜨고 그러다 보니 어떤 이유인지 꼭 확인을 하고 되돌아가게 되었다.
방문의료로 만나고 있던 어르신 한분은 문 열어주시지 않던 단골손님이었다. 거동이 많이 힘들어 현관까지 나오기 힘들어 보안이 취약하던 어르신을 위해 동주민센터에서 번호키 도어락을 설치되었다. 방 안에서 문을 열기 위해서는 와이파이로 연결된 열림 장치를 방 안에서 열림버튼을 누르면 잠금장치가 열리게 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 도어락이 설치되었을 때는 잘 이용하셨었다. 그런데 몇 번 방문을 가고 난 후 문을 열어주시지 않아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밖에서 아무리 문을 두드리며 어르신을 불러도 대답은 없었다. 급하게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에게도 전화를 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사회복지사 선생님은 다급하게 와주셨고 수소문해서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방안에 들어가자 어르신은 주무시고 계셨다. 혹시나 하고 어르신을 부르자 화들짝 하며 깨셔서 맞이해 주셨다.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는지 귀가 어두워지셨는지 묻자 그런 것은 없다고 말해주셨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오랜만에 셋이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도 방문했지만 문을 열어주시지 않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이 자주 맞닥뜨리게 되었다. 이전처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조마조마하는 것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혹시나 어르신이 홀로 계시다 영면에 드신 분을 만나면 어떡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에는 독거 어르신이 많고 방문의료를 함께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 대비를 해야만 했다. 특히나 노쇠위기처럼 갑자기 안 좋아지는 분들이 더러 계셔서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상황도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방문의료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내가 속상하게 해서 문을 열어주시지 않는 것일까 확인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직접 의견을 나누어도 보고 주변 분들께도 그럴 이유는 아니라고 했다. 다행으로 여겨야 하겠지만 점차 노쇠해가고 있다는 생각들은 좀처럼 떠나보내기 힘들었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영면에 드신 분을 직접적으로 만나본 적은 없다. 사전에 미리 좋지 않으면 병원으로 가시도록 돕거나 의사에게 보고한 것이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심장이 내려앉는 상황을 마주하지 않았다. 받아드릴 준비가 되지 않은 나를 위해 하늘이 도와주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