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받는 스트레스
환자분들을 만나다 보면 이런저런 사연들이 있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60분이 되는 치료시간 동안 환자분들과의 이야기는 드라마 속 시청자가 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눈을 감고 계신다. ' 저는 피곤해요.. '
멀리서 오셨다. 강원도에서 오셨다. 어이구야.. 잘해드려야겠다 라는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물론 우리 원장님에게 진료받으러 오신 분이지만, 이날 도수치료만큼은 그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40대 키 크고 덩치가 크시며 배가 좀 나온 평범한 아저씨, 이 아저씨에겐 힘든 일상이 있다. 바로 정신과 환자와의 상담이다.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자세로 일을 하는지, 어떤 동작을 많이 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자세를 물어본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선생님, 저는 앉아서 일을 오래 하고 사람들 상담하는 업무를 해요."
"아 그럼 오래 앉아서 일 하시겠네요? 혹시 하시는 운동 있으신가요?'
"운동은.. 예전에 하다가 요즘은 하지 않고, 그냥 술만 먹죠, 허허 "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은 으레 짐작을 한 것이다. 앉아서 환자를 상담한다는 것, 물론 그 상담 역할이 청소년/대학생 상담업무라던지, 공공기관의 상담 업무였을지도 모르지만 느낌이 그랬다. 그는 상담업무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건강한 방법으로 풀지 못하고 술과 기름기 가득한 음식으로 해소한 결과 몸이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고 한다.
"상담은 환자분께서 받으셔야겠는데요??"
"걷기 운동이라도 조금씩 하시면, 체중도 좀 감량되고,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되실 거예요"
멋쩍은 웃음과 함께 눈을 감으신다. 내가 누구한테 이런 조언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가 진짜 정신과 의사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실행을 하고 못하는 상태였다. 만성 허리 통증과 잦은 스트레스로 인한 무기력함.. 과연 해결방법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그의 삶의 원동력이 부족해진 탓일까?
여기서 내가 해줘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내가 그의 친한 동생이었다면 멱살을 잡고 끌고 나와 산책이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줄 수 있는 것은 직장으로 복귀해 할 수 있는 동작과 지켜야 할 자세가 전부다.
이럴 때가 있다. 환자분들과 이야기할 때 내가 여기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지? 공감능력이 뛰어났다면 빠르게 공감해줬을텐데.. 리액션이 부족한 나는 이런 고민을 하면서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럼 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지? 나도 알고 있다.
당장 오늘 밤 실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