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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Apr 11. 2024

세차장에 단골손님이 되기까지

세차장에서 생긴 일

세차장에 단골손님이 되기까지


내가 사는 동네엔 유난히 세차장이 많이 모여 있다. 신호등 건너에 하나 있고 한두 정거장 사이에도 두세 개가 간격을 두고 영업을 하고 있다. 세차장마다 세차하는 방법은 크게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어딜 가나 단골손님들이 생기는 법인지라 그들만의 세차 노하우가 있어서 몇 마디 말을 건네어 볼라치면 그야말로 직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 예전에는 주로 주유소에 딸린 자동세차장에서 외부세차만 했다. 내부세차에는 그다지 품을 들이지 않았다. 사람들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관점은 다르기 마련이다.  내부세차가 더 중요한 사람은 돈을 더 들여서라도 내부세차를 한다. 그건 돈이 많아서라기보다는 하나의 습관이나 관점이 차이이기에 나의 아내차만 하더라도 내부는 그야말로 자잘한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운전할 때마다 버리면 조금은 정리가 될 텐데도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아무튼 나는 언젠가부터 자주 세차장에서 내부세차를 해오고 있다. 그날도 나는 주변 여러 곳의 세차장중 평소 눈여겨보았던 곳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다른 곳보다는 차가 진입하는 방향이 불편해서 안 가던 곳이었는데 오고 가며 제법 많은 차량들이 드나드는 것을 보았다. 맛집에 항상 사람들이 많이 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세차장과 맛집은 드나드는 대상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두 곳 다 그들만의 영업비밀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세차 부위가 있다. 내가 보는 곳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휠이다. 자동차 휠은 주행거리에 따라 다르겠지만 며칠만 몰아도 먼지와 기름 때료 인해 까매진다. 휠안쪽까지 이 기름때를 깨끗이 지우려면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아주 작은 기름때가 남아 있게 된다. 물론 내부 세차도 중요하지만 대부분 내부세차의 퀄리티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곳  세차장은 두 분이서 세차를 하고 있었다. 한분은 여자분이었고 또 한분은 남자분 이였다.  두 분은 자동 기계처럼 바쁘게 움직이며 순서대로 세차를 해나갔다. 여자분과 분업해서 마치 투수와 포수처럼 각자가 맡은 일들을 빈틈없이 해나갔다.


두 분이서 나누는 대화를 듣기 전까지는 아무 의심 없이 남자분이 사장님인 줄 알았다. 헐렁한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여자분이 휠을 닦으며 지쳐 보이는 남자분한테 말을 하고 있었다.


" 이것 때문에 밥 먹고 사는 거야 힘들다고 투덜대지 말고 웃으면서 해라"


그렇게 여사장님은 꼼꼼하게 세차를 마무리한 후 계산대 앞에서 카드를 받았다.


"제가 이 동네에서 세차장만 십육 년 했어요 여기 주변에 다섯 군데가 있는데요 저희가 제일 잘할 거예요.

데리고 있는 제는 이 동네 다섯 군데서 일했어요 일 잘해요 자주 오세요"


그리곤 명함 같은 티겟을 건네주었다.


" 장 모으면 한번 공짜로 해드립니다."


세차장을 나오면서 왠지 기분이 좋았다. 오성급 호텔에서 특급 요리를 먹은듯한 느낌이었다. 돈 내고 세차를 하면서 지금까지 받아보지 못한 최상의 서비스를 받았다. 땀 흘려 일하는 두 분의 모습이 묘하게 아름다워 보였다.


힘들고 거 친일을 하지만 그 직업으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여사장님의 장인 정신이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난 그날 이후 단골손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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