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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 하는 회사일까

by 태이림

어김없이 면접을 보러 다니던 날이었다.

면접에서 늘 같은 말을 반복해서 이러다가 회사 이름을 헷갈려서

대참사가 일어나진 않을까 라고 생각이 들던 날이었다.


1년 6개월 정도의 경력이 있었지만

뭔가 한 일은 많은데 저는 이 분야의 사람입니다.

라고 얘기하기 어려웠다.

중소기업을 다녔던 "중고신입"의 비애였다.


뭔가 자신있게 내세울 게 없어서

누가 물어보면 할 줄 알고 있으니 그냥 열심히 하겠다고만 했다.

잘한다는 말을 할 수 없으니 노력해서 열심히 한다고 말할 수 밖에.


그 회사는 온라인 교육을 하는 회사였다.

교육 컨텐츠 기획자를 뽑는 자리라고 했다.


기존에 면접을 보던 회사들과 달리

나이가 어려보이는 대표와 면접을 보았다.

나의 패기(?)있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바로 나오라고 해서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지금은 안다.

바로 나오라는 회사는 가장 무서운 회사라는 것을.


일자리가 급했던 나는 진심을 다해

감사함을 표명하며 나왔다.


입사해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기존 회사와 달리 직원들도 굉장히 어렸고

대표도 나와 나이가 얼마 차이나지 않았다.


그 회사를 처음 봤을때 내 느낌은 "존중"과 "평등"이었다.

대표실은 따로 없었고 일반 직원들 사이에 대표가 같이 앉아서 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라는 것을 알지만

그때는 뭔가 공평하고 동등하게 일하고 있다 라는 이미지라서 좋았다.


기존에 다녔던 회사는 나이든 임원이 많았고

OO씨, OO주임, 이런 식으로 불렸는데 그 곳은 OO님으로 불렀다.

직급 체계도 과장, 팀장 이런 개념이 아니라서 영어로 된 그들만의 직책으로 불렀다.


딱딱함을 넘어 권위적이기도 했던 이전 회사와 달리

어딘지 모르게 자유롭고 존중받는 분위기가 좋았다.


첫째 날은 본인들 회사에서 만드는 교육 컨텐츠와 사이트 등을 소개하고 살펴보라고 했다.

전화영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 논술 등

굉장히 많은 컨텐츠와 팀이 구성되어 있었다.


근무하는 직원이 많지 않아보였는데

생각보다 컨텐츠가 많아서 약간 두려웠다.


둘째 날, 팀장은 다른 교육회사를 벤치마킹 해오라고 했다.

벤치마킹 이라는 말도 그 당시에 처음 들은 말이라서 그게 뭐냐고 물어봤다.

약간 당황한 팀장은 사이트에서 상품이나 문구 등을 캡쳐하거나 모아오라고 했다.


교육기획이면 교육컨텐츠를 제작하는 거 아닌가?

이게 교육기획이랑 뭔 상관이지?


약간 갸우뚱했지만 이유가 있는 업무지시라고 생각해서

타 교육회사의 문구와 상품을 다 긁어모으고 캡쳐해서 보고했다.


쭉 살펴보던 팀장은 이 문구들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냐고 물어봤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무말 못하고 눈만 멀뚱히 떴다.

시켜서 했는데요.

뭔가 뱉으면 안될 것 같아서 아무 말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었다.


팀장은 다른 회사에서 하는 상품 문구를 보고

어떤 부분이 매력적이었는지를 적고

교육 컨텐츠 상품 중에 좋아보이는 것들을 찾고

그 이유를 적으라고 했다.


이전 회사에서는 메뉴얼을 공부하고 시키는 일만 하다가

갑자기 이런 것들을 왜 묻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도대체 무슨 회사일까?

도대체 나는 여기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흐르도록 나는 답을 찾지 못한 채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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