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입사면접 합격자가 건넨 위로

모 사이버대학교 면접에서 있었던 일

by 태이림

퇴사하고 쉬는 게 왠지 어색했다.

남들은 그럴 때, 해외에 워킹도 가고

여행도 가는 것 같았는데

20대에 나는 그런 것들이 사치라고 생각했다.


대학시절에도 항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쪼개 쓰던 사람이라서 그런 지

훗날을 결정하지 않고

진행한 퇴사가 주었던 갑작스러운 휴식에

더운 마음이 급해졌다.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 다녔었다.

야근도 많이 했고 할 줄 아는 것도 조금 생겼으니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2년 남짓 경력이 있으니 상황이 났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나의 20대는 무모하고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다.


당시에 모 사이버대학교에서

교수설계 계약직을 채용하는 공고가 있었다.

서류 - 포트폴리오 - 실무면접 - 임원진 면접까지 있었다.


그때는 교통비 제공은 드물던 시절이었다.

집에서 1시간 30분이나 떨어진 곳이었지만

네임 밸류가 있는 대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품었다.


사실 서류나 포트폴리오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종면접인 임원진 면접까지

갔던 것이 매우 기뻤다.


지난 나의 경험이 그래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희망회로를 돌리며 기쁘게 그 거리를 갔었다.


최종면접의 날, 나와 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분과 함께 면접실로 들어갔다.

임원이라는 사람은 그 여자분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고 계시죠?

이미 해봐서 많이 알고 있죠?

애기 잘 키우고 왔어요?"


질문을 더할수록 나의 희망회로는

하나씩 툭툭 끊어졌다.

아, 내정자가 있었구나.

나는 그냥 이 사람을 위한 병풍이었구나.

쓰린 마음을 부여잡고 간신히 서있던 내게

면접위원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여기 올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죠?

잘 가요."


고맙고 감사한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꾸벅 인사를

하고 나와서 펑펑 울었다.


정신없이 나오는 나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나와 함께 면접을 보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내게 휴지를 건넸다.


"저는 여기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사람이에요.

이번에 공고가 나서 면접을 보게 되었어요.

오늘 일을 너무 마음에 담지 말아요.

나는 나이도 많고 애도 키워야 하다 보니

여기 왔지만 아가씨는 젊고

앞으로 나아갈 일이 많아요.

여기보다 더 좋은 직장도 많아요.

그리고 젊으니까 기회도 많을 거예요."


그때는 그녀의 위로가 들리지 않았다.

뭔가 억울하기만 했고,

그녀도 그냥 한통 속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냥 울고 있으니 달래나 보다.

면접장에서 그랬듯이 감사합니다라고 얘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눈물을 훔쳤다.

집까지 가는 길이 멀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이를 떠나서 당연히 고작 2년 차인 나보다

많은 경력과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니

그녀가 선정되는 것이 맞다.


당연한 세상의 이치를 알면서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왜 기회는 내게 오지 않는 것일까

떼쓰는 아이처럼 그때는 그렇게 눈물이 났었다.


시간이 흐른 뒤, 가끔 그 학교를 지나갈 때마다

그녀가 떠오르곤 했다.

누군가는 그저 모른 척 지나갔을 수도 있는데,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던 다정한 사람.


그녀는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휴지를 건네었을 것이다.

어른의 마음으로 작은 티슈에 마음을 담아

조금씩 커가고 있는 나에게 위로를 건네었을 것이다.


그 따뜻한 마음은

시간이 꽤나 흐르고 난 뒤에야

비로소 크게 느껴졌다.


참 고마운 사람인데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오늘도 가방에 작은 휴지를 챙겨서 나가본다.

그녀처럼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혹시나 마주치게 될

조금씩 커가고 있는 누군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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