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by 태이림

나의 상사였던 A과장과 B과장은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컸던 나와 달리 이해심 많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사실 계약서에 다시 서명했던 이유도

다른 회사에 가도

이런 상사들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회사 상황은 나아지질 않았다.


과목 인가 이후에 추가로 검토하거나 수정되어야 하는 사항에 우리는 또다시 동원되었다.

야근수당이 없는 것은 여전했는데

퇴근 시간이 되어도 퇴근을 못했다.

계속 야근을 하고 업무가 과중되고 있었다.


그 당시에 다른 회사와 합병하게 되었는데

타 회사 직원들은 학점설계와 상담만 했었고

그 외에 것은 우리가 하고 있었는데

그 회사와 우리 회사 연봉 테이블이 전혀 달랐다.


나는 우리 팀이 다른 회사의 직원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훨씬 더 적은 연봉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꼈다.


투명하지 않은 연봉 테이블이 이상했고 불합리했으며 이해가 되질 않았다.


불합리한 상황을 알면서도

상사들은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것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상사들도 아무 말 안 하는 걸

일개 직원인 내가 얘기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해가 안 돼서 답답한데

말할 용기는 없으니 내가 나가야지.


이런 생각들이 많아질 무렵에

우리 팀도 새롭게 사람을 뽑았고 안정화가 되었다.

나는 내가 없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이상한 안정감과 함께 퇴사가 하고 싶었다.


연봉협상을 하고 6개월 뒤에

나는 퇴사를 선언했다.

퇴사를 얘기하자 임원들은 내게 화를 내었다.


해달라는 대로 해주었는데 이런 식으로

사람 뒤통수를 치냐며 화를 냈고 당황해서

눈물만 났었다.


어떤 날은 화를 내고, 어떤 날은 회유하고,

어떤 날은 밥을 샀었다.


지금의 나였다면

같이 화를 내고, 같이 회유하고,

밥을 안 먹었을 텐데


사회 초년생에게는 어찌할 바 모를 일 투성이었다.

그러나 나는 퇴사를 번복하고 싶지 않았고

끝내 퇴사를 했다.


퇴사하던 날,

언제나 내게 힘이 되어주던 A과장과 B과장은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자신들이 잘해주지 못하고 역할을 하지 못해서 나가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나의 상사였던

두 사람은 나와 상황이 달랐다.


20대의 나는 혼자였지만 그들은 결혼을 했고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했을 것이다.


둘 다 나가서 새롭게 직장을 구하기에는

여자였고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고 있었다.


직장생활에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을 나보다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부분을 끝내 모르고

나는 첫 번째 퇴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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