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뭐 하는 회사일까(2)

by 태이림

팀장이 시키는 업무를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었다.

일주일 정도 6시에 퇴근을 했는데 옛날사람이라서 분위기를 보려고 있어보니

자정이 넘도록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택시를 타고 퇴근하는 건 기본이었다.


당시 그 회사의 주력 상품은 영어와 공무원쪽이었다.


영어와 공무원은 3-4명 정도의 팀제로 이루어져있는데

그 외에 일본어, 중국어 등은 교육 컨텐츠 별로 1인 기업과 같은 형태였다.


온라인 컨텐츠 회사인데 나는 교육 기획이라고 해서 컨텐츠를 기획하는 회사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교육 컨텐츠 기획이 아니라 교육 컨텐츠는 스타 강사를 통해 이미 만들어져 있었고

회사에서는 교육 컨텐츠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을 위한 기획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쉽게 표현하자면, 완성된 상품을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매력적으로 돋보일 수 있는 문구와 마케팅, 상품 구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 회사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매력적' 이라는 단어였다.


이림님, 이 상품은 왜 이렇게 기획했나요?

지금 쓰신 이 워딩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심을 담은 워딩이 곧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까요?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뭐지? 했지만 그때의 내 생각은 역시나

모든 배워두면 쓸모가 있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마케팅, 경영, 카피 등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일자 무식이었지만 시키는 일은 열심히 했다.

뭔가 굉장히 바빴는데 그 일이 어떤 직무의 업무라는 걸 잘 몰랐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


그때 많이 했던 업무는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홍보하는 문구를 제작하고 매일의 매출을 정리했었다.


나는 전화영어 컨텐츠도 담당했었는데

전화영어를 듣는 사람에게 영업하는 아웃바운드도 했었다.

지난 원격평생교육시설에서 전화업무가 그때는 빛을 발했다.


계약된 강사들이 프로필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촬영할때

직접 그 영상을 듣고 피드백을 주는 역할도 했었다.


그 회사에서 나는 항상 친절했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모두가 예민했었다.

나는 항상 친절하고 배려했다.


내가 야근을 하거나 시간을 좀 더 할애해서

정리되는 부분이면 내가 더 업무를 도맡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착한 성품에 사람이라기보다

어떻게 해서든 시간안에 목표에 도달하고자 했던 내 욕심이었다.

나는 착해서 친절한 사람이 아니라 내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

친절을 사용했던 사람이다.

그 사람들을 위한 부분이라기보다 나를 위한 부분이었다.


내가 기획한 상품이 좋은 아웃풋이 나오고

계획된 시간안에 될 수 있도록 디자인팀과 개발팀에 읍소(?)했다.

이슈가 생기면 콜센터팀에도 읍소하고

상황에 따라 고객들과 직접 통화하기도 했다.


회사에 사회 초년생들이 많았는데

무언가가 이루어지면 우리의 열정과 진심이 통했다 라며

대표가 직접 노고를 치하(?)해주기도 했었다.


결국 인정에 욕심이 많아서 친절을 사용했던 나는

중고신입으로 들어왔어도 아직까지 사회 초년생에 티를 벗어나지 못했던 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흥하고 싶었고

나는 회사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고 철야를 밥먹듯이 하는 직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갉아서 좀 먹는 일들이었는데

사람들이 하는 말일 뿐인데 왜 그때는 그게 진리라고 생각했는지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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