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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Oct 13. 2022

불금보다 목요일을 기다리는 이유

나흘 동안 즐겁게 보내는 방법

대부분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릴 테지만 나는 목요일이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다. 월요일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출근도 일도 하기 싫어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화요일부터 점점 활력이 생기고 정신이 뚜렷해지는 때이다. 정상으로 돌아오는 정신과는 다르게 마음은 아직도 주말에 머물러 있다. 수요일은 벌써 반이나 왔다는 사실과 내일이 목요일이라는 점에 서서히 기쁘기 시작한다. 목요일이 되면 설렘이 온 마음을 차지해 버린다. 금요일은 말할 것도 없이 가장 행복한 날이다.


목요일에만 가질 수 있는 설렘이 있다. 내일이 금요일이라는 것. 그리고 금요일이 지나면 주말이 온다는 것. 나는 그 두 사실을 목요일에 온전히 느끼며 다가오는 휴일에 설레기 시작한다.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저녁이 되면 감정이 휘몰아친다. 드디어 내일이 금요일이다! 이번 주가 벌써 이만큼이나 지났다! 하며 내적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주말을 위해서라면 금요일 하루쯤은 일을 해도 괜찮을 것만 같다. 그까짓, 하루 더 열심히 일해주지. 8시간만 지나면 나는 자유니까!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마음에 마지막 남은 출근길이 볍다.


일상의 권태를 이겨내고 조금 더 생동있게 보내는 나만의 방법이기도 하다. 지루한 일상에서 하루쯤은 설렘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목요일부터 기분을 끌어올린다면 나흘 동안 즐거운 나날이 된다.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목요일에 점화된 불꽃은 점점 력을 키우다가 일요일에 서서히 사그라든다. 리고 월요일에 전소되어 재처럼 흐트러진다.


수요일부터 시작한다면 호흡이 너무 길어지기에, 목요일이 가장 적당하다. 그러니 목요일은 가장 중요한 날이다. 목요일 아침이 되면 잠들었던 눈도 잘 떠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가분하게 일으킨 몸으로 목요일을 맞이한다. 돌고 돌아 다시 마주한 목요일이 얼마나 반갑던지. 출근하면서 이런저런 생각과 상상에 부풀어진다. 그날에만 할 수 있는 즐거운 고민이다.


금요일에 퇴근 후 무엇을 할지 찬찬히 생각해본다.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야구 경기를 볼까. 친구와 저녁 약속을 잡을까. 아니면 퇴근길에 시장에서 파는 닭강정을 포장해 넷플릭스를 보며 먹을까. 무엇을 상상하든 행복함에 마구 미소가 그려진다. 이러하니 목요일마다 어깨를 들썩일 수밖에. 그러면 읽던 책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괜스레 핸드폰에 이곳저곳 검색한다. 모두 주말에 놀러 갈 곳들이다. 어디로 놀러 갈 것인지. 그리고 그곳의 맛집은 어딘지. 생각의 흐름대로 마구 흘러 다니 놀러 갈 궁리 먹을 궁리를 한다.


여러 생각들을 꺼내 보면 금세 시간이 흘러가고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이제 금요일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마지막 남은 평일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짧은 시간 내에 받은 온갖 스트레스를 무리하지 않고 털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획된 주말이 순조롭게 흐르기 위해서는 컨디션 관리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렇게 목요일에는 할 일이 태산이다. 주말을 알차게 보낼 계획도 세워야 하고, 잘 휴식할 수 있도록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분주하게 심신을 움직임에도 커다란 즐거움을 느낀다.


목요일은 마치 축제를 알리는 신호탄 같다. 파팡- 터지는 빛으로 서로 다른 요일의 기온을 알린다. 앞서 무채색의 날들이 있었다면 이제부터 다채로운 나날이 다가올 것이라고 알린다. 물론 다가오는 요일의 색도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하면 목요일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남은 사흘이 목요일에게 달려있다.


다시 되돌아온 목요일, 오늘 하루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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