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짐승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골목 모퉁이 어디쯤으로 거친 숨을 내뱉으며 뛰다. 지어진지 백 년은 되어 보이는 오래된 건물 1층 돌계단에 풀썩 걸터앉는다. 다리사이 가랑이 쪽으로 고개를 떨구고 두 팔은 자신의 무릎 위에 걸터두고 바닥을 향에 거칠게 숨을 들이마셨다. 천천히 내뱉는다. 마음 같아서는 심장이 요동치는 것만큼 헐떡이고 싶지만 그러면 숨이 가라않히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안다. 조금은 답답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차분히 배쪽아래 단전이라 부르는 곳까지 천천힌 숨을 들이마셨다. 들이마시는 것보다. 배는 천천히 숨을 내뱉어야 한다.
푹푹 찌는 무더위 살갗을 찌르는 햇빛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날씨 그런 날씨에 심장이 터져라 뜀박질까지 한터였다. 나일론 소재에 검은색 운동복을 입어 땀이 비 오듯 내리지만 옷에 땀이 스며들이지 못해 옷소매에서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땀이 흘러내린다. 땀에 젖은 바닥은 옷에 묻엇던 피들과 뒤엉켜 붉게 물들어 버렸다. 방금까지 꽉 지고 있던 칼은 숨을 고르는 동안 긴장이 풀려 느슨하게 잡았더니 자신의 고개와 같이 칼끝이 바닥아래로 숙이고 있다. 방금 전에 묻은 피여서 그런 것인지 핏물이 같 끝에 천천히 고이더니 방울져 바닥으로 똑똑똑 하고 떨어졌다. 가랑이 사이로 방울져 떨어지는 핏방울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숨이점차 고르게 쉬어진다. 뜨거웠던 피는 점차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차가워진피가 온몸에 도니 머리도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높은 건물들 때문에 원통 안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듯했다. 네모 같기도 둥그렇기도 보이는 하늘은 파랬다. 구름도 있었다. 구름 위인지 아래인지 모를 곳에 유유자적 날아다니는 검은새 사진을 보는 것처럼 보인다.
뜬금없이 누군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물은 것이 생각이 난다.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가만히 생각을 하다 보니 허기가 져온다. 개 같은 소리보다는 간장밥에 달걀프라이와 통닭이 먹고 싶어 진다. 무엇보다 시원한 얼음물이 간절하다. 가장 시원한 물 이빨이 아릴정도에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다.
저 멀리 어디서 인가 사이렌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려 퍼진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짐승 같은 모습을 한 자를 위한 소리라는 것을 뭐 심명 나게 춤 한번 췄으니 대가는 치러야겠지 공짜 점심은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나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 공연에서 알다니 아쉽다. 한바탕 더 추고 싶지만 지독한 막걸리를 한잔 마신 것처럼 알딸딸하고 노곤해서 더 이상 움직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기분만큼은 너무 좋았다. 어쩌면 딱 좋을 때 그만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검은 옷의 사람들이 날 둘러싸았다. 짐승 같은 자는 이미 아무래도 좋은데라고 생각하지만 검은 옷의 사람들은 쉽사리 경계를 풀지 못하고 다가가지 못한다. 손에 쥐고 있는 것 때문 이리라 왜 자신에게 오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를 알자 피식하고 웃고는 칼을 그들 앞에 툭하고 던져버리니 그제서야 천천히 다가가 눈에 보이는 족쇄를 채우고 날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감사하기도 해라 안 그래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어서기가 좀 그랬는데 일으켜 세워주니 고마웠다.
안경 낀 잡이 녀석이 사람들을 뚫고 휴대폰을 짐승의 입에 내밀며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묻는다.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왜 저런 질문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순간 몸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처음 시작했을 때와 같은 몸상태가 되는 것 같았다. 짐승을 붙잡고 있던 검은 옷의 덩치들을 쾅하고 밀치고 뒤로 젖혀졌던 팔을 뼈소리가 들릴 정도로 비틀어 앞으로 오게 만들어 손목에 채워진 족쇄로 안경잡이에 목에 걸쳐 팍 하고 당겨 목이 입으로 오게 만들어 그의 목아지를 물어뜯어 버렸다. 입에 단맛이 돌 때쯤 안경잡이의 목에서는 붉은 벚꽃입이 화려하게 흩날리기 시작했다.
짐승은 입에 물고 있던 육편을 바닥에 퉤 하고 내뱉고는 안경잡이에게 침을 퉤뱉으며 말했다.
“묻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