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말야, 가끔 진짜 진짜 가끔 똥을 싸고 나서 변기 안에 있는 똥을 물끄러미 보게 되지 않아?
“나만 그런가?”
술 먹은 다음 날 블랙아웃이 와서 전날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기억은 안 나도, 변기 속에 있는 똥을 보고 있으면 뭘 먹었는지는 대충 알게 되잖아. ㅋㅋ
“앗, 헴~”
무튼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야. 그렇다고 똑부러지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지극히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려고 해. 솔직히 똥을 보면서 생각하는 게 조금 우스워 보일 수도 있잖아.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말야.
매운 음식을 잔뜩 먹고 출근한 날 배가 너무 아팠어. 출근 전부터 화장실을 몇 번을 갔는데도 배가 너무 아팠지. 나는 집 이외의 장소에서는 화장실을 잘 가지 않는 편이야.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여행이랍시고 밖에 나와 코끼리처럼 밥을 먹었는데도 화장실을 3일 동안 가지 않고 집에 와서 볼일을 본 적이 있어. 어마어마한 걸 보았지~
어릴 적 학교 변기에 엄청난 똥을 보고 친구들끼리 “이건 사람 똥이 아니라 괴물 똥일 거다” 하고 내기한 적이 있었어. 진실이 십몇 년 만에 풀린 거지 그건 사람 똥이 맞았어...
어쨌든 난 집 이외에서는 똥을 잘 싸지 않아. 근데 이번에 출근하자마자 미친 듯이 배가 아팠어. 그만큼 쏟아냈는데도 나올 게 있는 것인지 계속해서 배가 아픈 거야. 어쩔 수 없이 몇 년을 회사 다녔지만, 처음으로 회사 화장실 변기에 앉게 되었어. 앉자마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 뭐야~ 우리집 화장실보다 열 배는 깨끗하고 시설이 좋은 거 아니겠어? 이게 공용 화장실이라니. 내가 생각하는 공용 화장실이라 하면 천박한 낙서와 냄새와 비주얼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 그렇다고 우리 회사가 좋은 회사냐고...
“ㅋㅋㅋㅋㅋ”
캬~~~ 악~~~~ 퉤~~~ 이쯤 설명되었니...
아무튼 더 쏟아낼 게 없어도 배가 아프니 변기에 앉아 있는데, 왠걸 더 쏟아져 나오지 뭐야.
“미쳐버리겠다”
전날 매운 것 빼고는 그리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이만큼 쏟아져 내리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단 말이지. 꼭 몇 년 전에 먹은 음식이 뱃속에 길을 잊어버렸다가, 웬걸 갑자기 아우토반 길이 뚫렸다는 듯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었어. 배가 아팠지만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이상한 쾌감이 들기도 했어. 그렇게 깨끗하게 비우고 변기물을 내리려는데 변기 속에 똥을 보게 된 거야. 근데 보통은 그냥 0.00000000000000001초도 안 걸려 인상 한 번 찡그릴까 말까 하고는 변기물을 내리는데, 이상하게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는 거야. 그리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한 줄 알아?
‘왜 이렇게 불편하게 태어났을까’
너무 불편해. 때가 되면 먹어야 하고, 때가 되면 쌓아야 하고 말이지. 특히 똥 같은 거 말야. 이런 식이 아니라 땀처럼 자연스럽게, 조금은 깨끗한 방식으로 몸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것들이 조금은 불필요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았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태어났을 때부터 너무 당연하게 해오는 것들이라 그런 거지. 숨 쉬는 것만큼 루틴처럼 이루어지다가도, 급작스러운 고통과 함께 오는 당연한 루틴은 정말이지 쓸데없는 것들 투성이라는 생각이 들단 말이야.
필요하지만 반복된 이 행위를 의식하는 순간에는 정신이 까마득하게 멍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어. 이때는 술과 담배 그리고 혀가 얼얼할 정도의 단맛에도 이런 기분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어.
“하~”
깊은 사색을 해도, 심장이 터질 듯한 운동을 해도, 많은 돈을 벌어도 풀리지 않아. 만약 로또 1등이 된다 해도 풀리지 않을 거야. 진한 사랑을 해도 말이야.
“하~”
무튼 그래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고, 일하고, 자야해 그러다 보면 또다시 망각하게 되고 불현듯 또다시 시작되지만 말이지 시작하고 망각하고, 시작하고 망각하고...
“하~”
잘하는 정신병원이 어디 있을까 넌 알고 있는데가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