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by J팔

비워진 본가에 가게 되었습니다. 수북이 쌓인 먼지더미, 겹겹이 쌓여 있는 먼지만큼이나 갑자기 가슴이 갑갑해져 왔습니다.
“이걸 언제 다 치우냐.”
어떻게 치울까 하는 플랜보다, 니코틴과 카페인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갑갑하게 쌓인 먼지를 뒤로하고 일단 밖으로 나와 투샷을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평소 거들떠도 보지 않던 말보로 레드 한 갑을 사서,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쪼그려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웠습니다.
“오랜만에 피니, 졸라 어지럽네.”
담배를 처음 피웠을 때의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기분이 나쁘지 않더군요. 정신이 점점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몸에 그다지 좋지 않은 것들이 내 몸을 이루고 있는 듯했습니다. 궁합이 잘 맞거든요.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갑니다.
“졸라 가기 싫네.”
정말 가기 싫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집을 비워 줘야 하거든요. 집주인은 인정이 많아, 쓰레기장 같은 집안을 보고도 허허 웃으며 아무 말 없이 전세금을 전부 돌려주었습니다. 반쯤만 돌려줘도 납득할 만한데 말입니다. 청소도 자신이 알아서 해주겠다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 꾸역꾸역 왔는데… 이건 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청소 업체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 ‘그래 봐야 청소인데’ 싶었지만 막상 닥쳐오니 돈이 들더라도 업체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직접 보고도 ‘비싸다’ 생각했는데, 막상 닥쳐오니 가장 합리적인 가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졸라 합리적이었네.”
오늘은 대충이라도 중요하다 싶은 물건을 챙기기로 했습니다.
“그런 게 나오기나 하겠냐만은.”
솔직히 집 안에 휘발유를 뿌려 다 불질러 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솔직하게 살아가려면 값이 많이 듭니다.
“씨팔.”
누군가 내 말을 들으면 놀랄지도 모릅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게 아니었거든요. 맞습니다. 대부분 겉모습과 속사정이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살다 보면 아닌 경우도 있잖습니까. 지옥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도 정작 지옥은 아닌 경우, 꿈나라 같은 미소를 짓고 있어도 그 속이 진짜 지옥인 경우가 있듯이요. 이 집이 그랬습니다. 겉은 한없이 고요한 숲속 같지만, 그 안에는 썩어가는 껍데기만 잔뜩 있는 곳. 아무튼 그랬습니다.

중요한 물건을 찾으려 뒤적이는데, 집 안에서 손끝만 닿아도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근질거립니다. 그러고 보니 무심코 신발을 벗지 않고 들어왔네요. 예전에는 그래도 사람이 산다는 체취가 남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이곳이 인간이 사는 공간이 아닌 그냥 흙바닥 위에 놓인 하찮은 건물쯤으로 느껴집니다. 이곳? 그곳? 아무튼 한때는 있었고, 지금은 사라진 공간입니다.

뒤적이다 작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는 3.5인치 플로피디스크가 들어 있었고, 디스크에는 <오류>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뭘까….’
“아~.”
생각이 났습니다. 아주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호기롭게 타이핑했던 소설입니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조차 흐릿했는데, 예전에 찾으려 해도 절대 나오지 않았던 그것이 기억 저편 끝자락에서 불쑥 튀어나오듯 발견되니 반가웠습니다. 이제 이 공간에서 건질 것은 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 나가자. 담배나 한 대 피자.”
현실에서는 할 수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집에 불을 질러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다시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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