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나이. 20대에는 젊음이 계속될 줄 알았다. 그런데, 20대의 끝자락을 보내고 30대가 되고 나니 한 해 한 해 나이 먹는 체감이 다른 것 같다. 예전에 유행했던 롤러코스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나이 들면 몇 년생이냐고 물어봐도 상대방의 나이가 잘 계산이 안된다는 장면을 본 적 있다. 당시에는 내가 굉장히 어릴 때라 "왜 저게 계산이 안되지?"라고 생각했는데, 30대가 된 지금 이해된다.
내 나이대 외에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이 차이가 확 나버리니까 계산하기도 귀찮고, 싫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몇 년생이냐고 묻는 것보다 몇 살이냐고 묻는 것이 편하고, 상대방도 몇 살이라고 이야기해 주는 게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가끔 나이로 듣고 나서도 몇 년생이라고 덧붙여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년생을 듣고 나서 놀라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대체로 00년생 05년생 이러는데, 그러면 도대체 나랑 몇 살 차이인 거야? 벌써 그들이 성인이라고? 하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충격인 것이 05년생이 정말 20살?이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대.... 그들의 나이면, 2002년 월드컵도 모를 나이라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는 모를 역사를 알고 있는 나이가 된 것은 더 충격이다.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다고? 그런데 나는 왜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지?라는 생각. 어른이지만 여전히 아이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른의 삶이란 도대체 뭘까? 가정을 꾸리고, 돈을 많이 비축해 두고, 힘든 일도 척척해내는 것이 어른의 삶일까? 그런데, 나는 그런 삶은 도무지 힘들 것 같아서 못할 것 같다. 그냥 돈 많이 없어도 좋으니 매일을 행복하게 살다가 가고 싶다는 것이 나의 마음이다. 행복을 뒤로 미루기엔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진짜 나의 마음인 것 같다.
나는 행복하려고 태어났다고 믿고 싶다. 고통을 견디며 무언가를 축적하다가 죽기 위해 태어난 삶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우울해지니까. 그냥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싶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현실 감각 떨어진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사고방식과 삶의 양식이 있으니 나의 이런 생각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존중받고 싶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10대에는 어른인 척했다. 철없이 웃고 떠들고 부모님 속 썩이는 멍청한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보니 어른처럼 살아가면 삶이 끝없이 무겁게 느껴지고, 고통스럽게 느껴져서 도저히 못하겠더라. 그래서, 그 어른인 척하는 걸 그만뒀다. 어른이 된 지금 어른이 아닌 아이인척 하며 살고 있다. 그저, 가볍게 행복하게 삶을 살고 싶은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행동이다. 근데, 진짜 가볍게 사니까 행복하다. 가족들은 늘 나에게 말한다.
"너처럼 편안한 삶도 없을 거라고."
그럴 때마다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아무리 편안해 보여도, 다 내 나름 힘든 건 있다고. 편하려고 포기하는 것들도 많다고. 그러면 가족들은 힐끔 보고는 웃어넘기곤 한다. 근데, 나도 안다. 다른 또래의 삶보다 훨씬 편한 삶인 거. 근데, 그 편한 삶만큼 포기하고 감내하는 것들도 많다고. 나의 궁극적인 행복은 어른의 삶에 있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에게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그냥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가끔 불만스럽거나 너무 힘들어서 못난 모습이 울컥울컥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선택한 삶인 것을. 이건 결국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