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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1일 차 _ 찐 솔직 후기

by 초콜릿 한스푼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꽉 틀어막고 있는 미운 녀석은 바로,

나의 터진 허리 디스크다.


디스크가 적당히 터졌으면 흔히들 말하는 자연치유를 나도 노렸을 텐데, 1년을 버틴 결과 디스크는 터질 만큼 터져 있었고, 신경은 눌릴 만큼 눌려 있었다.


사진처럼 내 신경은 1%의 좁은 틈에 의지해 흐르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디스크에 시달려서인지,

아니면 통증에 절여질 대로 절여져 웬만한 통증은 통증으로 느껴지지도 않아서인지,


저 몸을 하고도 움직이는 것은 아주 자유롭게 움직였다.

사실 통증이 심하고, 터진 디스크가 더 밀려 나와 완전히 신경줄을 차단할까 무서워서 몸을 사린다고 수술 전까지 내내 누워있었던 것도 사실이긴 하다.


어쨌든 나는 큰 결심을 했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기로.


이번 수술은 5월에 했던 다른 종류에 의한 수술과는 차원이 다른지, 전신 마취를 해야 했다.


인생 첫 전신마취.

이 수술 괜찮겠지?

그런 생각도 잠시,

내 몸이 더 망가져 복구 불능일 때까지 버티다가 미련하게 수술하느니, 조금이라도 괜찮을 때, 수술하자.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판단이었다.


나에게는 이러한 부분을 솔직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대화를 나눌 상대는 없었다.


남편도 없고, 남자친구도 없고, 허리 디스크 수술에 대해 잘 알만한 친구도 없었다.

딱 평범한 인맥 그 자체였고,

그나마 대화를 나눌 사촌과 목디스크 유경험자인 지인이 한 명 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그들 역시 수술까지 갈 상황은 겪어보지 않았기에 무언가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즉, 어떤 큰 사건이 닥치면, 잘 아는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답을 구할 수 있으면 베스트이지만.


답을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다면,

제일 아쉽고, 절박한 당사자가 뭐라도 해야 했다.


아픈데, 모든 정보를 찾아다니고, 판단도 내려야 한다니?!

억울하고, 멘털이 깨질 수도 있으나,

결국 자신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병원 몇 군데를 비교해 보고,

수술유무도 스스로 결정했다.


모두가 만류하던 수술이었다.

나이도 젊은데, 허리 건드리면 x신 된다더라.

수술해도 재발하고, 아프고, 후유증 남는다더라.

등등.


내 멘탈을 부수는 소리가 수없이 들려왔다.

그러나, 나는 내 몸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지금 현 상태로는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 불가.

나는 매달 나를 벌어 먹여 살려야 하기에 고정 지출조차 큰 상태에서 자연치유를 믿고, 한 달 내내 누워 있을 형편도 안되었다.


또, 기다리면 나아질 수도 있지만,

기다리다가 운이 나쁘면 하지마비를 겪을 수도 있고,

초응급 상황에서의 수술은 평생 내게 커다란 후유증을 남길 거라는 이런저런 판단하에.


걸어지는 몸뚱이어도, 조기에 수술하자는 것이 나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수술 당일.

전날 12시부터 공복을 유지했고, 수술하면, 며칠간 씻지 못할 테니 샤워를 마쳤다.

그 전날 손톱, 발톱도 깔끔히 정리했다.


그리고, 9시에 맞춰 병원에 도착했고,

부족한 검사 한 두 가지를 더 마친 후,

원장님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서는 이전과 다르게 꼼꼼히 설명해 주셨다.

수술의 이유, 내 몸상태, 만일 수술이 잘못 됐을 시, 겪을 후유증 등등까지.


나는 덤덤히 받아들이고, 서명했다.


그리고, 병실에 올라가 수술복으로 환복 하고, 침대에 누웠다. 지금까지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괜찮았다.

어차피 남동생이 오기로 했으니까.

설령 수술 끝나고 도착한다고 해도, 와주는 게 어디야. 싶었다.


혼자 살려면, 이 정도 깡다구와 독립심은 있어야지 살 수 있는 거 같다. 의지할 곳이 없다고 아무것도 못하면, 절대 혼자서 살 수 없음을 이미 깨달은 지 오래였다.


그렇게, 수술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수술실로 향하는 침대에 누워 이동당했다.


이동하는 동안 심장이 터질 듯이 떨렸다.

" 많이 아플까? "

" 수술 잘 될까?"

"수술실에 있는 장비를 보면, 기절해 버릴 것 같은데 괜찮을까?"


등등 그 두려움을 덮고자 나는 수술방 안에 도착할 때까지도 두 눈을 꼭 감았다.


수술실에 도착해서도 눈알은 천장만 응시했다.

괜히 엉뚱한 것을 보면 도망쳐 나오고 싶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잠시 뒤.


마취팀이 도착했다는 소리를 들었고,

차가운 수술실에서 호흡기를 통해 어떤 가스를 코로 들이쉬기 시작했다.


"코로 숨 쉬어도 돼요?"라고 물었고, 된다고 해서,

천천히 마취되길 기다리면서 두어 번 반복하자 나는 잠이 들었다.


누군가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OO님, 수술 다 끝났어요. 일어나세요."


그 소리에 눈을 뜨자 눈을 감기 전 간호사와 마취팀 직원의 얼굴이 보였고, 눈 뜨자마자 미칠듯한 고통이 온몸을 덮었다.


"으아아악 간호사님 너무 아파요."

호흡기를 찬 채 고통의 외마디를 질렀다.


정신 차리기도 전에 날카로운 통증이 허리를 감쌌고,

목구멍은 마취약으로 인한 통증에 미칠 듯이 아팠다.


"진통제 들어가고 있으니 곧 괜찮아질 거예요."


그렇게 나는 병실에 와서도 한동안 사경을 헤매는 사람처럼

고통에 몸부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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