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술만 두 번째. 그럴 때도 있는 거지요.
타인은 나를 보면 늘 건강체라고 생각한다.
잘 웃고, 밝고, 적당히 통통하며, 보기 좋은 근육량을 갖고 있어서 나를 보는 사람들은 '운동한 사람'이라고 봐줄 정도이니.
그런데, 겉보기와 달리 생각보다 약체이다.
20살 때부터 자취를 하며 살아서 그런지 대학교 1학년때부터 야금야금 입원할 일이 생겼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건강 염려증이 생겼다.
아무리 규칙적으로 생활해도 입원할 일이 찾아오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당시, 대학생 때 기숙사 생활을 4년 내내 해서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샤워하고, 기숙사 내 헬스장에 가거나 수영장에 가거나 요가를 하는 식으로 운동을 꾸준히 했음에도 1년에 한 번은 꼭 입원할 일이 생겼다.
즉, 건강은 운동과 그리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 같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그리고, 24살쯤 대학교를 졸업한 후 공시생활을 약 1년간 준비했었고, 이때 역시 나는 하나의 질병을 앓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허리디스크였다.
당시 1년 안에 꼭 합격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고, 내 성격답에 뭔가 몰입하면, 다른 무언가는 완전히 내려놓는 성향이라 그때 나는 '최소한의 운동'조차 하지 않았다.
앞에서 내가 내린 건강에 대한 결론과 상반대는 말이긴 하지만, 인간은 최소한의 움직임은 있어야 허리와 같은 근골격계의 질환을 겪지 않는다.
내과적 질환과는 별개로.
아무튼 당시 나는 미쳐 있었고, 공시를 준비하는 같은 원내의 경쟁자들을 보며 단 하루도 마음 편히 공부하는 날이 없었던 것 같다. 주말조차.
내가 뛰어난 머리를 가졌다고 믿었다면, 그 정도로 열심히 하진 않았을 텐데, 나는 내가 최선을 다해도 원하는 결과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더 열심이었다.
그 결과 하루 12 -14시간 이상 학원에 머물렀고, 쭈욱 앉아 지냈다. 근 1년을 반복하자 막상 중요한 시험을 치를 때가 다가온 4월 즈음 학원을 가기 위해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려 허리를 숙이려니 숙여지지 않았다.
나의 급성 디스크의 시작이었다.
당시 나는 젊었고, 비교적 회복은 빨랐다.
병원에서는 나에게 재활치료를 권고했지만, 당시 가난한 공시생이, 그것도 한 달에 30만 원 남짓한 생활비로 살아가는 학생에게 한 달에 60만 원 가까이하는 재활 치료비를 부담할 상황이 안되었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자연치유가 되었던 것 같긴 하지만, 그해 나의 시험 결과는 말아먹음 그 자체였다.
몸도 멘털도 갈가리 찢겨 나갔다.
그리고, 과감히 나는 공무원이라는 꿈을 버렸다.
그 후, 집에는 공부를 한다고 하며, 나는 다른 공부를 시작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원 없이 읽고, 직업 상담소에서 추천해 준 적성에 맞는? 일이라고 나온 세무 쪽 자격증을 두어 달 만에 취득해서 직장에 들어가 버렸다.
그러면서, 그 중간에 취준생활 동안 자잘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필라테스에 큰돈을 들이며, 운동과 몸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몸은 조금씩 좋아지는 듯했다.
아마 근 2-3년은 꾸준히 운동을 했던 듯하다.
하지만, 워낙 최상의 상태가 아닌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악화를 막기 위한 운동을 했기에 크게 내 몸이 달라진 것도 아니었다.
필라테스 비용은 너무 비쌌고, 평생 내 허리를 위해 매달 큰돈을 지불할 것을 생각하니 막막했다.
그래서 그조차 어느 순간 끊었다.
그러나, 운동을 그만두고 사무직 일을 하면 근육 경직이나 이미 변형된 허리는 오래 버티질 못했고 어김없이 1년 이내에 늘 탈이 나곤 했다.
그러기를 5-6년을 반복하며 나는 점점 지쳐갔고, 마음에도 신체에서 오는 제약으로 병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마음을 다시 빛으로 채웠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내겠다.
어쨌든, 그러고도 약 2년쯤 지났을까 30대가 되고, 젊기보다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자 예전에는 버텨주던 몸이 점점 버텨내질 못하는 몸이 되어 있었다.
회복은 더더 더뎠고, 그간 누적된 디스크는 두 개 정도가 이미 퇴행성으로 많이 발전한 상태였다.
결국 작년에 디스크가 작게나마 두 개가 같이 터졌고, 수술 권유를 받았다.
단 한 번도 몸에 칼을 댄 적이 없기에 나에게 수술은 죽으라는 소리와 같았다. 그리고, 인터넷에도 허리는 건드리는 게 아니다. 자연 치유된다 등등 수많은 썰이 있어서 그 말을 믿고, 1년을 꾸준히 버텼다.
그런데, 결국 더 크게 디스크가 터져서 신경 마비직전이 되어서야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 전까지도 무수히 많은 고민이 있었다.
아직, 마비는 없으니 좀 더 버텨볼까?
그런데 내 mri 사진을 수없이 뜯어보니, 재수가 좋아 마비가 없지 까딱하다가는 마비가 올 것 같다는 느낌에 결국 최대한 빠른 날짜에 수술 일정을 잡고,
1년 3개월을 견뎠던 수술을 결국 하고야 말았다.
작년부터 나에게는 정말 인생에 두 번 다시없을 불행한 일들이란 일들은 종류별로 겪어서 "하늘이 나를 죽이려고 이러나... " 하는 생각까지 하며 버텼고, 그럼에도 나의 특유의 승부욕 기질로 그 상황들을 잘 극복해 가던 중에 올 마무리를 장식할 두 번째 디스크 수술이 터져버렸다.
한 해에 사고 없이 두 번이나 수술할 일이 있을까 싶은데, 그런 일이 나에게 벌어졌다.
그러나, 나는 이까짓 거 잘 극복해 낼 거다.
아직도 살아갈 날이 최소 60년은 남았는데..
그래도 쉽게 지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