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가 달린 이동식 침대에 실려 수술방을 나왔다.
아무리 무통주사를 맞았다고 하더라도,
막 생살을 찢고, 뼈를 갈고, 그 속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건 오롯이 고통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고통만큼이나 힘든 건 바로, 전신 마취제를 수술시간 내내 삼킨 목통증이었다.
마취제는 정말 독하다.
목통증도, 허리 쪽 통증도 내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고통이어서 뭐가 더 큰 고통이다. 아니다를 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병실로 옮겨진 다음 간호사 분이 목에 뿌려준 스프레이 덕에 목통증은 급격히 가셨고, 그제야 나는 온전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남동생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등의 통증이 너무 심해 똑바로 누워 있을 수 없었던 나는 어찌저찌 간신히 몸통을 돌려 옆으로 누워 있었다.
10분 전쯤 맞은 진통제 때문일까?
강렬한 고통은 사라졌고, 순식간에 살만해졌다.
그리고, 꽤 괜찮은 컨디션에 '살만하다.'라고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병실로 옮겨진 후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남동생에게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 남동생도 이번에는 내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던 모양이었다.
순간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으나, 병실로 옮겨져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안 남동생이 뒤돌아 눈물을 닦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내 착각일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럼에도, 동생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애써 농담 따먹기를 하며,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만하면 다행이야.'
그리고, 남동생과의 짧은 조우를 마지막으로 나는 홀로 병실에 남겨졌다.
그가 가고 난 뒤, 나는 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
수술 직후 아무리 쌩쌩한 척해도 몸에 데미지는 있고,
무통 주사로 인해 덜 아픈 건 맞지만, 안 아픈 것은 아니기에 몸은 자동적으로 방어본능에 돌입한 것이었다.
한참 자고 있을 때, 수술을 막 하고 난 당일이라 간호사분들이 체감상 몇십 분 단위로 들어와 열체크과 혈압체크를 했다.
그리고, 늦은 밤.
눈을 떴다.
간호사 분은 괜찮으신가요? 를 물었고,
나는 늘 그렇듯 괜찮다고 답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14시간째, 화장실을 못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괜찮은 척했지만, 수술과 더불어 오랫동안 눌린 신경이 회복되지 않아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였다.
간호사 분은 계속 내게 볼 일을 보셔야 한다고 말했으나, 나는 정말 볼 일이 급하지 않았고, 이미 하지 쪽으로 통증이 심해서 볼 일보다는 통증에 가려져 다른 감각들은 무디게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생각해도 볼 일을 못 봐도 너무 오랜 시간 못 봤기에 나는 스스로 AI에게 내 상황을 물었다.
Ai는 답했다.
"수술 직후에 흔히 올 수 있는 장애입니다. 다만, 너무 오랫동안 참으면 위험할 수 있으니, 해결을 하고 나면, 자연스레 신경이 회복이 될 것입니다."라는 내용을 알려주었고, 그제야 간호사에게 내 상태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ai의 말대로 한 뒤, 그로부터 약 12시간 정도가 더 지난 뒤, 나는 처음으로 침실에서 일어나 걸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통증도 비교적 덜 했다.
그러나, 첫발을 내딛는 느낌은 내게 충격이었다.
한쪽 다리가 저릿, 저릿.
내 다리가 아닌듯한 마비적 감각이었다.
"어? 나는 단 한 번도 이 정도로 마비를 겪은 적 없었는데? 단순히 저리다는 표현으로 모자랄 정도로 감각의 이상이 생겼다."
그러나, 만 하루 전에 수술을 한 몸이 완벽할 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자연스레 좋아질 거라는 단순한 판단이 들었다.
그리고, 내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수술 후, 일정기간 나타나는 후유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