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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버텼지만 수술은 피할 수가 없을까?!

허리 디스크

by 초콜릿 한스푼

올 하반기.


정말 그 어느 때보다 눈코 뜰 새 없이 일하고, 움직이며 살았다. 하루에 3-4시간만 자고, 전국 어디든 돌아다닐 정도로.


평생 활동할 양을 요 두어 달 사이에 다 해치운 듯했다.


그건, 직업의 변화였기도 했고, 내 심경의 변화이기도 했다.

가만히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그 짧은 순간조차 숨이 콱 막혀 죽을 것만 같아서 어디든 다녀야 했고,


그렇게라도 내 안에 남은 에너지를 모두 소진시키고 나서야 그나마 잠을 조금이라도 잘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즉,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는지도 모른다.


9월에 새벽 1시 음식이 채 해서 도저히 등산할 수 없음에도, 나는 등산을 택했다. 함께 등산을 떠나는 무리와 함께 울렁이는 속을 부여잡고 차에 올랐다.


그리고, 새벽 5시 지리산을 두어 시간 쉼 없이 올랐다.

찬 공기와 이미 급체한 상태에 손을 땄다고는 하지만, 온몸의 기력이 없는 상태로 함께 간 사람들과 묵묵히 어두운 밤길을 걷고 또 걸었다.


나는 그 일을 계기로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앞산을 등산하기도 하고,

러닝 모임에 나가 생전 처음 뛰면서 3km를 달리기도 하고,

프리 다이빙에 도전해 첫날에 수심 3m를 찍기도 했다.


그 많은 일들을 본업과 더불어 쉼 없이 일상 속에 끼워 넣고, 끼워 넣으며 단 몇 달 안에 다 해본 것들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드디어 왜 안 아프나? 했던 그것이 터지고야 말았다.

활동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늘 고질적으로 안 좋았던 허리가 슬금슬금 주의 경보를 보내왔다.


그럼에도 나는 무시했다.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며칠 전 디스크는 나에게 화라도 내듯 하루아침에 퍽 하고 터져버려, 전 날까지만 하더라도 두 다리로 잘 걷고 일어나던 몸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자 마비증세로 몸을 앉히지도 못하고,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어 기어가다가 그 자리에 고꾸라져 누워 버리는 몸뚱이가 되고 말았다.


그제야 느꼈다.

디스크, 이번에는 다르다.

무조건 지금 병원 가면 수술하자고 할 것 같다. 는 것이 내 느낌이었다.


내 힘으로는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어서 결국 나는 119에 실려가 병원에 당도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한참 진료 대기 끝에 들은 MRI 소견은 무조건 수술이었다.


내 디스크는 터질 수 있는 한계치만큼 터져있었고, 신경이 흐를 틈조차 없이 터진 디스크가 내 신경줄을 꽉 틀어막고 있었던 거였다.


사실 작년에도 수술하자는 권유를 들었었다.

이미 다리 저림 증세가 있었고, 근 1년을 종아리 근육 경련을 달고 살았다. 그럼에도 견뎠다.

수술은 차마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자연 회복은커녕 디스크가 터질 수 있는 최대치로 터져버렸고, 수술은 불가피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내 다리로 걷지 못할 상태가 되자 나는 "그래, 수술 그게 뭐라고 1년을 그리고, 오늘까지도 이렇게 허리 때문에 애를 먹어야 해. 이제 이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나자." 하며, 수술을 결심했다.


그런데 웬걸, 수술을 하기 전까지 일주일이란 시간이 걸렸고, 나는 병원에 온 뒤로 진통제와 링거 그리고 신경 차단 주사 등 각종 시술을 받으며 근 하루 만에 다시 걷기 시작한 상태가 되었다.


걷게 되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내 몸상태에 대해 너무 잘 알았다. "이건 완쾌가 아닌, 약물에 절여져 몸이 임시적으로 움직이는 것뿐이라고. 또 결국은 얼마 못 가 다시 마비 증세가 올지도 모른다."라고.


그럼에도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걷게 되자 수술까지는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슬금슬금 차올랐다.


아무렴 아직 결혼도 하지 않는 데다가 미혼인 상태에서 등에 수술자국이 남는 것도 그렇고, 수술 후에 남을 후유증과 3~6개월간 재활하느라 사려야 하는 몸뚱이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요 몇 달간 정말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살아왔기에,

내 의지가 아닌 상태로 병원에 2~3일 묶여 있는 것이 너무도 갑갑하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였냐면 걷지는 못해도 앉아서 업무를 계속 보고는 있었으니 말 다했던 거였다.


누가 보면, 일 중독자인 줄 아는데, 사실은 이렇게 해도 원하는 성과를 내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기에 더 부단히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이 고질적이고도 고통의 무게가 큰 허리가 참 싫다. 열심히 운동을 해 봐도 별 수 없고, 안 해도 별 수 없고, 결국은 수술을 향해 걸어가는 내 몸을 지켜보는 것 같아서 속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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