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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부모에게 자식이란?

Ray & Monica's [en route]_311

by motif Mar 08. 2025

과테말라의 돌잔치, 프리메라 피에스타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강민지


#1


안티구아에 사시는 레스터(Lesster) 씨와 블랑카(Blanca) 씨 부부의 딸, 아나 파올라(Ana Paola) 양의 돌잔치에 함께 했다.


한국의 돌잔치와 형식은 다르지만 첫 번째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친지와 가족들이 함께 아이의 성장을 축하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뜻은 매한가지였다. 과거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역사적 배경을 염두에 둔다면 첫 생일이 성대할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과테말라의 돌잔치는 '프리메라 피에스타'(Primera Fiesta) 또는 '쿠플레아뇨'(Cumpleaños)라고 불린다. 'Primera Fiesta'는 '첫 번째 파티'라는 의미로 아이의 1세 생일에 국한해 사용한다. 'Cumpleaños'는 일반적인 '생일'을 모두 지칭하는 의미이지만 돌이나 킨세아녜라같은 특별한 생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나 파올라의 돌잔치는 여느 돌잔치보다 소박했지만 풍선장식을 위해서 풍선장식가(Balloon Decorator)가 참여했다. 행사 시작 두어 시간 전부터 아기와 부모의 메인테이블이 될 곳에 풍선 아치를 만들고 테이블을 가랜드(Garland)로 장식했다.


모든 설치가 끝나갈쯤 아기 부모와 하객들이 왔다. 부모 측에서 준비해온 간식과 함께 한참 동안 덕담을 나눈 뒤 메인테이블의 장식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다음은 피냐타(Piñata) 깨기. 피냐타는 상징적인 숫자나 아이의 순수함과 어울리는 동물 모양의 인형에 사탕이나 장난감을 넣어 매달고 어른이 줄을 당기거나 풀어서 아이들의 키 높이에 맞춘다. 아나의 피냐타는 한 살의 의미인 아라비아숫자 '1'과 여자아이들이 선호하는 오렌지색의 꿀벌 모양을 택했다.


피냐타의 줄은 아나 부모가 잡았다. 파티에 참석한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눈을 가리고 방망이로 피냐타를 쳐서 깨뜨리면 안에든 선물들이 쏟아진다. 모든 하객들이 바닥으로 쏟아지는 선물을 챙기게 되는데 피에타를 치는 것은 악을 맞서 물리치는 것을, 선물이 쏟아지는 것은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 바닥에 온몸을 던져 선물을 챙길 수 있는 이 순서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전통적으로 생일을 축하할 때 부르는 노래 'Las Mañanitas'가 울리는 속에서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메인 식사를 즐겼다.


#2


아나 부모의 짬이 허락되었을 때 대화를 청했다.


-아나의 성대한 생일잔치는 몇 살까지 계속할 생각이세요?


"(아빠) 딸이 성인이 되는 15살의 생일파티인 '킨세아녜라(Quinceañera)'까지는 해야죠."


-자녀는 총 몇 명이나 둘 계획인지요?


"(아빠) 아나 하나만으로 충분합니다."


-통계를 보면 과테말라가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출산율이 높은 편이던데요?


"(엄마) 지금은 2명 혹은 3명이 우리 세대의 일반적인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왜 아나 하나만을 두기로 한 건가요?


"(엄마)아이의 양육에 시간과 돈이 점점 더 많이 들고 있어요. 아이를 더 낳으려면 여건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저희 부부는 모두 일을 해야 하는 형편이라 아나 하나를 잘 키우자는 입장입니다."


-아이가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나요?


"(엄마)자기 기준의 성공적인 삶을 살기 바래요. 그 성공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만큼의 공부를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제가 원했지만 못하고 있는 좋아하는 여행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아나 부모의 얘기를 듣고 보면 몇 년 뒤에 과테말라를 비롯한 중미의 나라들도 한국처럼 인구감소를 걱정할 날이 멀어 보이지 않는다.


과테말라는 가족 간의 유대가 매우 강하다. 한 집안에 자식을 비롯해 부모와 삼촌, 이모까지 다세대가 함께 사는 경우가 많고 결혼한 자식들은 부모의 가정을 중심으로 집 주변으로 분가해 집단을 이루는 경우가 흔하다. 돌잔치뿐만 아니라 가족 개인의 기념일과 명절에도 온 가족이 함께하는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


4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이어진 돌잔치가 끝날쯤 미리 준비한 축하엽서와 축의금을 전했다. 외국인이 함께한 기념으로 엽서는 스페인어와 한글을 병기했다.


"¡Feliz primer año, Ana Paola!

Que Xocomil te traiga muchas bendiciones y alegrías.

_Minji y Ansoo de Corea del Sur, los países donde sale el sol,

envían la energía del sol.

아나 파올라의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쇼코밀이 많은 축복과 기쁨을 가져다주길.

_해 뜨는 동쪽 나라, 한국에서 온 Minji 와 Ansoo가

태양의 기운을 보냅니다."


*참고 | 쇼코밀(Xocomil)은 아티틀란 호수에서 발생하는 강한 오후의 바람으로 태평양 연안의 따뜻한 공기가 고산의 차가운 공기와 만날 때 온도 차이로 발생한다. 이 바람은 모든 악을 휩쓸어가는 바람으로 행운과 축복을 상징한다.


#3


아나 엄마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당신과 같은 고귀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기쁩니다"


이 아름다운 표현에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만큼 격조 있게 답할 문장을 찾지 못했다.


"당신 가족 간 사랑으로 가득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대화와 사진을 통해 아나 엄마가 우리 부부의 3,40년 전쯤의 입장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때 우리 부부가 지금의 아나 엄마, 아빠의 마음이었다는 사실을...


"아나가 사랑의 가정 속에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의 성장에서 아버지가 안 계셨기 때문에 더욱...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만 시련 속에 있었을 때의 시간이 제가 좀 더 강한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되었죠. 하지만 아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위해 제가 꽃꽂이 강의를 수강할 때도 남편을 도와 일할 때도 아나를 업고 있어요. 서둘러 바다에 대해 알려주고 싶지만 아나는 아직 너무 어리죠."


"당신은 아나에게 결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을 해주고 있군요. 당신은 강한 엄마입니다."

#프리메라피에스타 #돌잔치 #안티구아 #과테말라 #중미여행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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