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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 Aug 16. 2023

술 없으면 못 사는 시댁과 결혼했습니다.

그땐 몰랐던 것,




32살,

나는 여러 번의 연애와 이별하는 과정에 지쳐있었다.

 나이에 남자친구를 사귈 때 결혼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지만  또다시 처음 만나 나를 소개하고, 알아가고, 헤어지고 하는 모든 과정에 지쳐있었다.


연애가 두려웠다. 몇 번의 이별을 겪고 나니 결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내가 원하는, 그리고 나를 원하는, 32살인 나와 지금 당장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외로움에 떨고 있을 때, 순둥이 같은 지금의 남편은  앞에 짠 하고 나타나 거침없이 직진했다.
꽤 나이 차이가 나 보이면서 퉁퉁한, 아저씨 같은 푸근한 외모의 그는 나란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너무 좋다고, 첫눈에 반했다며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러더니 만난 지 6개월 만에 식장을 잡았고 상견례를 했다.


'이 사람은 결혼이 진짜 급한 건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심이 들기도 했다.


‘너무 매력이 없어서 여태 결혼 못 하다가 나한테 들러붙은 건 아닐까.?’


나에게 이렇게 열정적으로 직진한 사람은 없었다.
물론  남자친구들도 결혼은 하고 싶어 했지만, 당장은 아니었다. 항상 하고 있는 일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이 남자 달랐다.

만날 때마다 나에게 결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많은 부분이 잘 맞았던 남자가 나랑 조금 달랐던 점은 '술'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는데 항상 둘이서 데이트할 때만 마시다 보니 큰 실수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말수가 없어지고 눈이 풀려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다고 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남자와 술에 대한 의심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나는 선천적으로 몸에서 술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까지 안 마시길 바라는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지만 자기 관리가 안되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면서까지 마시는 사람과는 엮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눈에 뭐가 씌어 있다 보니 이 남자와 데이트할 때 한 번에 소주를 4병 마신다는 사실도 크게 느끼지 못했었고 4병 마시는 것이 얼마나 많이 마시는 것인지도 사실 잘 알지 못했다.


또한 시댁 식구들이 술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존중했고 술을 좋아하는 것이 결혼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정도의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술은 그저 이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인의 취향, 문화 정도로 생각하고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치고 외로웠던 순간이었기에 내 앞에 나타난 이 남자 아주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술에 대해 무심했던 나는 결국 술 때문에 결혼 생활이 부서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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