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100세 인생 시대를 살고 있다. 나는 50살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라인댄스 회원들 중 막내이고, 교회 성가대에서도 막내이다. 어딜 가나 언니들이 있어서 참 좋다. 모임의 귀염둥이로 사랑받고 있다. 10년 전쯤 가족들과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갔었을 때 어린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관광지에는 온통 노인들 뿐이고 몇몇 젊은이들만 상점에서 계산대를 지키고 있는 것이 매우 낯설었는데 그게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 되었다. 80이 되어도 팔팔하신 분들이 많으니 이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 난다.
올해 104세의 나이인데도 1년에 150회 안팎의 전국 순회강연을 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상가 김형석 교수는 '인생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보다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어렸을 때 허약체질이었기 때문에 평생 더 조심해서 사신 것 같다. 나는 이 분의 강연을 들으면서 한 세기를 살았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깨닫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1920년 출생으로 윤동주와 중학교 동기였던 그는 중학교 때 윤동주 시인과 신사 참배에 반대했던 유일한 2명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마지막 설교를 직접 들은, 생존해 있는 유일한 1인일 거라고 했다. 빛나던 눈빛과 우렁찬 목소리, 민중들을 향해 힘차게 외치던 안창호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그날의 기억을 너무도 생생히 전해주는 104세의 철학교수님. 한 시대를 함께 했던 그분들은 다 돌아가시고 역사 속에서 기억되는데 김형석 교수는 아직도 본인이 직접 겪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강연하고 계시다. 삶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완성'으로 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며 생존하는 가장 오래된 철학자가 된 그는 장수의 비결이 '하던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새벽에 기상해서 동네 뒷산을 등산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의 모습을 보면104세 고령의 나이라는것이 믿기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면 컴퓨터가 앞의 100을 다 지워서 두 살이 된 적도 있다고 웃으며 말하는그는 '장수의 아이콘'으로 인생 역주행을 하고 있다.
루이비뱅 <몽마르트 전경>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는데 나이가 무슨상관일까.대표적인 인물로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루이비뱅(1961~1936)이 있다. 아버지의 반대로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을 접고 42년 동안 파리의 우체국에서 근무하며 가장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던 그는 퇴직 후 오래된 꿈이었던 화가의 길을 걷는다. '즐길 수 있다면 그 때가 가장 좋을 때다' 고 했던 비뱅은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지만, 평생 우체부로 일하면서 파리 전역의 네비게이션과 같은 자신의 기억을 살려 '파리의 지도'를 그리기도 했다. 누군가의 추억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담겨진 비뱅의 작품들을 보면 손을 잡고 걷고 있는 몽마르트 거리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면서 "봉쥬르" 하며 따뜻한 인사를 건낼 것만 같다. 파리 시민들은 그를 '행복한 화가' 라고 칭하면서 그의 작품에 찬사를 보냈다. '꿈을 꾼다면 당신도 언제든지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비뱅에게 꿈이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고 시간, 나이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루이비뱅 <꽃이 있는 강변>
인생 역주행의 또 한분, 미국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모지스 할머니(1860~1961)가 있다. 전문적인 그림 수업을 받은 적이 없지만 뉴욕과 버지니아 농장에서 보냈던 전원 생활의 소박한 풍경을 화폭에 담아낸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누구나 어디선가 한번쯤은 봤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모지스 할머니는 농장 일을 하며 자녀 키우는데 전념했는데 노년에 남편과 사별한 후 슬픔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손가락의 관절염이 심해져바느질을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바늘 대신 물감과 붓을 들고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때 그녀의 나이 76세였다.할머니의 100세 생일 되는 1961년 9월 7일은 '모지스의 날'로 정해졌고 같은 해에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동도서로도 발간되었을 정도로유명세를 탔다. 남편의 죽음과 류마티스관절염 때문에 인생 역전극을 이룬 모지스 할머니의 삶은 가슴 한 켠에 꿈을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고 꿈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메이플 시럽 채취>
나는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 초등학교 때 겨울방학 과제로 제출하기 위해 그렸던 그림이 생각난다. 서울에서는 논이나 연못의 빙판에서 썰매를 탈수가 없으니 어디에 갔었던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설날 얼어붙은 논밭에서 나무로 만든 썰매를 타는 내 모습, 뒤에서 밀어주는 부모님, 같이 노는 친구들, 호호 손을 불며 추위를 견디는 주위 사람들, 한복을 입고 연을 날리는 모습 등 다채롭게 빼곡이 그려 넣었던 그 때의 그림과 느낌이 어딘가 비슷하게 닮아 있었다. 그림을 더 채우려면 멀리있는 초가집도 그려야 하고 눈이 덮힌 나무들도 있어야해서 원근법은 무시되고 사람들이 훨씬 더 컸다.소소한 일상의 모습들, 이런 친근함 때문데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이 더 가까이, 마치 우리 동네 이야기처럼 정겹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드라마 <도깨비>처럼 성냥불을 켜면 그 때 함께했던사람들과장면들이 그대로 소환될 것만 같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블리자드>
그림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지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꿈을 이룬 모지스 할머니의 소박한 그림과 인생을 따라가보면 배운게 부족해서, 자격증이 없어서, 나이가 많아서 안된다고 포기하는 것은 아직 반도 못 살았을 백세 인생을 사는 우리가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 여겨진다.
나도 부족한 실력이지만 용기를 내어 이제서야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 글은 나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앞으로 책도 더 많이 읽고 브런치 작가님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읽으면서 힘든 일이 있더라도포기하지 않고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꿈꾸는 사람에겐 비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엔 딱 좋은 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