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의 만남
그녀의 생일날 아침, 그의 데뷔 7주년 알람이 울린다.
석가탄신일 하루 전, 그녀의 생일이다. 일요일이라 눈을 뜨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여 그녀를 만나러 왔다. 생경스럽게 그녀와 마주 보며 인사를 나눈다. 매 순간의 나의 선택이 나의 삶이 되어 잘 나아가고 있는 건지 물어도 답이 없으시다. 유일하게 존경하는 존재였고 내 삶의 나침반이었던 그녀는 더 이상 삶의 좌표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미 다 알려줬는데 뭘 더 묻느냐는 표정이시다.
그녀의 삶의 시작이었던 날 삶의 끝이 잠들어 있는 곳에서 이기적인 자식의 질문이 허공을 헤맨다. 나의 어머니로 태어나주셔서 감사함을 전하고 나온다.
화창한 주말 날씨, 양지바른 아지트에 자리를 잡고 조각케이크에 촛불을 붙인다. 햇살에 불빛이 있는 듯 없는 듯 일렁이다가 순식간에 바람결에 꺼져버린다. 이럴 땐 참 성격 급한 그녀다. 레인보우 조각케이크를 한 칸씩 한 칸씩 한입 한입 베어무는데 달디단 케이크가 참 쓰다. 달콤한 인생은 쓴 법이지 하며 멍하니 꼭꼭 씹어 삼킨다.
큰 챙모자를 눌러쓰고 1인용 캠핑좌식 의자에 앉아 묘지 언덕 어디쯤 멍하니 조각케이크를 먹고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피해서 자리를 잡을 만도 한데, 드문드문 2~3명씩 일행들이 굳이 내 주변으로 와서 힐끔거리며 주변 경치를 보거나 알지 못하는 망자의 이야기를 한바탕 하고 사라진다. 주변에 장소도 많은데 참....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케이크를 먹다가 아!
2025년 2월 22일, 림썰3주년을 축하한다며 서포드에 굿즈까지 구매하며 안 하던 설레발을 치면서도 전혀 다른 사안으로 연결 짓지 못했다. 2022년 2월 19일 그녀가 저 멀리 소풍을 떠나고, 2022년 2월 21일 한 줌의 흙이 된 그녀의 흔적을 이곳에 모셨다. 그리고 2022년 2월 22일 그의 최애애착프로그램 림썰이 첫선을 보였다.
사람에 대한 애착이 없는 '나'라는 존재가 유일하게 후회 없이 사랑했던 존재의 부재로 더 이상 닿을 곳을 잃어 방황하던 마음이 저 아래 심해에 영원히 잠겨있을 줄 알았다. 그러다 작년 그를 알게 되어 마음이 윤슬처럼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받는 사랑은 그녀의 사랑으로 충만했기에 결국은 자생할 수 있었으나 주는 사랑은 대상을 잃어 공허했었기에 그 대상이 되어준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하다. 그리하여 모든 연결고리를 운명이라 단언해본다.
뉴에이지 음악을 들으며 차분히 올라왔던 길을 그의 미니앨범2집을 들으며 애써 신나게 내려가는 길, 이런 딸내미를 울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내려다보고 계시려나.
하루사리의 덕질은 단연코 불가결의 운명이다.
[이젠 우연이라 말하지 마요. 이건 운명이니까. 뜻밖의 재회에도 이유가 있다면 그건 인연이라구요.]
-천국보다 아름다운 OST 운명 中(이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