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카오스

무슨 말인지.

by 하루사리

본업을 이런 열의로 했다면 뭐가 달라져도 달라졌겠지.




팬카페와 공식카페의 글을 읽다 보니 생소한 낱말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매번 검색을 해서 의미를 찾고 성의껏 외워도 본다. 그리고 틈틈이 게시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 때 적용도 하면서 익혀간다. '새해부터 아주 열의가 뻗쳤구나' 자신에게 이런 애씀이 있음에 의아스러워도 하면서.


용어는 어찌어찌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데 투표 활동은 넘사벽이다. 무슨 말인지 뭘 어떻게 참여하는지 못하겠다. 모든 전자기기의 기본 기능만 사용하는 사람에게 이 낯선 세상은 멀기만 하다.


하나는 꼭 성공해 보리라 다짐하며 '오리잡이'를 시작했다. 거의 한 달 만에 편안하게 광고를 틀어놓고 투표권을 획득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1분 전 알람설정을 해놓고 수차례 화들짝 놀라기도, 이 시간에 웬 알람이지 하며 당황해하기도 하며 익숙해지는 시기를 거쳐 요 며칠 연이어 '무진시' 외침에도 성공 중이다.


물론 애지중지 모은 투표권을 오픈투표가 아닌 인기투표에 몰빵 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뒤늦게 투표권의 쓰임이 다름을 알고 다시 틈틈이 투표권을 모으는 중이다. 다른 리모분들이 투표한 후 자연수로 끝나는 총 투표 수의 끝자리가 000이 되도록 하는 것에 꽂혀 소소하게 투표권 쓰는 재미도 찾았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1월1일부터 시작된 음원 문제로 며칠 째 팬덤 분위기가 들썩들썩 소란하다. 덩달아 나도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하고 전전긍긍이다. SNS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정보확인용 계정만 겨우 있는 아날로그형 인간에게 '총공' 공지 내용은 진정 정신세계를 뒤흔드는 카오스의 우주총공격이다.


누가 감시하며 시키는 것도 아니다. 긴급하게 공지글을 읽고 또 읽으며 기웃기웃 상황 파악을 하는데, 또 다른 세상의 용어들 앞에서 비몽사몽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겨우 chat gpt 도움을 받아가며 거짓 속 진실을 찾으며 새로운 용어도 익히고, 처음 보는 SNS앱도 깔고 계정도 만들고 첫 게시글도 올리는 성과를 보였다. 물론 게시글을 잘 올렸는지, 올린 게시글은 어디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참 웃픈 1인이다.


해당 소속사의 입장공지가 뜨고 나서야 좀 진정이 되고 문제가 해결되어 가는 건가 했는데, 팬들의 요구에 대한 성의 없는 입장공지는 달궈지던 불판에 아예 기름을 붓는 상황으로 급물살을 일으키며 판을 키웠다. 콘서트에서 마주했던, 팬카페 게시글과 댓글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순둥순둥 '좋아요. 좋아요.' 라던 리모분들이 정말 화가 난 것이다.


겨울바람에 날카로운 아침, 눈을 뜨자마자 팬카페에 출석체크를 하고 공지글을 기다린다. 오늘은 이런저런 일들도 있고 조직 검사 결과도 보러 가야 하는 반갑지만은 않은 뒤숭숭한 날인데, 잔잔한 일상을 요동치게 하는 늦덕의 삶이 에너지가 되어 주는 모순적 아침이기도 하다.




트롯 가수에 열광하시는 뭇 어머님들의 마음을 격하게 알 것도 같은 하루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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