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시 필연이다.
'라이온 킹'을 보며 싱가포르로 가는 중이다.
두 달 전쯤 가족여행지로 어디가 좋을지 묻는 말에 '어디든 화장실 깨끗한 나라면 좋다'는 내 말에 알겠다던 오빠식구들은 여행지를 '싱가포르'로 정하고 여행준비를 시작했다.
딱히 왜 싱가포르를 가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어딘들 상관없었기에 예약해 준 비행기표에 예약해 둔 숙소 및 정보를 받기만 하며 별생각 없이 무의식으로 따라다니면 되지 하던 이번 가족여행이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영상을 보고 나서 설레는 힐링여행으로 급 방향전환을 맞았다.
'오늘무해?'에서 최애 아티스트가 올 초 싱가포르관광청 초청으로 싱가포르에서 화보촬영을 하고 버스킹을 하는 영상을 보게 된 것이다. 눈이 번쩍
뜨이면서 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내가 싱가포르에 갈 운명이었구나' 한다. 아티가 갔던 장소를 메모하고, 먹었던 음식점들을 찾아보며 가고 싶은 장소가,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겼다. 그리고 얼마 전 추가 비하인드 영상이 공개되면서 힐링여행이 더 탄력을 받는다.
가고 싶거나 먹고 싶은 거 없냐는 오빠의 메시지에 그동안 정리해 둔 리스트를 쫙 올려만 주고 맘 편히 어찌어찌 그냥 시간이 흐르면서 눈 떠보니 비행기 안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싶게 이렇게 준비 없이 해외로 나가는 건 처음이다. 반복재생한 영상 때문인지 뭔지 모를 익숙함은 제주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영화 한 편 보고 자면 될 것 같아서 영화리스트를 넘겨보는데 '라이온 킹' 1편이 딱 있다. '리무진 서비스'에서 아티가 불러준 라이온 킹 OST 'Circle of life '가 너무 좋아서 바로 휴대폰 벨소리로 설정해 둔 상태다. 겸사겸사 영화를 한 번 더 봐야겠다는 마음도 먹고 있던 차에 매끄럽다.
역시 최애가수의 음색으로 듣는 'Circle of life'가 답이라는 생각을 하며 영화에 집중해 보는데 본 듯하면서 기억에 없기도 하다. 그렇게 영화를 보다 보니 딱 지금 내 삶을 나타내는 주문이 나온다.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My 아티의 서울앙코르콘서트가 있는 오늘, 앙콘 일정이 공지되기 전에 여행 일정이 먼저 잡혀서 콘서트에 갈 수 없음에 무척 많이 속상했다. 그런데 어수선한 팬심 속에 강제 격리 모드가 켜진 이 상황이 뭔가 물길을 다잡을 어떤 운명이구나하며 억지 수용이 되려는데, '무진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비행기 탑승모드에서도 열일하는 알람에 강제 격리 모드를 실감하며, 가슴 벅차게 눈부신 현장에 존재할 수 없음에 순간 찌릿한 건 어쩔 수 없다.
'하쿠나 마타타'
그럼에도 기꺼이 본성은 안물안궁에 묻은 평화주의자로서 가방에 매달아 온 아기 붉은여우와 함께 최애 아티의 흔적을 따라 그냥 신나게 즐겨보리라.
뭐, 살짝 순환할 수도.
금단증상에 오락가락 정신없는 하루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