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신기루
출근하지 않는 평일 낮이기에 가능한 신기루다.
1월부터 신청한 헬스장을 2월 마지막주에 드디어 첫 얼굴인식을 한다. 신기할 정도로 아무도 없는 아파트 단지를 유유히 가로질러 도착한 헬스장의 내부가 1년 사이에 많이 변했다. 많은 기구들이 새것으로 교체되었고, 얼마 전 스무디가 언급했던 계단을 걷는 모양새의 운동기구도 보인다. 전체적 배치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새로운 운동기구에도, 변화에도 그림처럼 잠시 감상만 하고 러닝머신에 발을 올린다. 1년 만에 첫발을 디딘 러닝머신이 낯선 듯 익숙하다. 1년 만에 굴려보는 자전거 페달이 발에 착 붙는다. 러닝머신에서 걷기를 하고 느릿느릿 페달을 돌리다 자연스럽게 헬스장을 나온다. 역시 호기심이란 걸 당초부터 갖고 태어나지 않은 1인이다.
꼬질함을 탈피하고 개운하게 들어선 거실, 공간을 가득 채운 한낮의 햇살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따사롭다. 오후는 좌식의 티타임이다. 햇살 한가득 안을 수 있게 창가 가까이로 테이블을 옮기고 포트에 물을 올린다. 살짝 경쾌한 뉴에이지 음악이 분위기를 몽글몽글하게 이른 봄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이끈다.
한참을 신기루 같은 한낮의 나른한 듯 설레는 오후를 보내는데 정면으로 특색도, 존재감도 없는 건물이 저만치에 무심히 있다. 한밤의 화려한 호텔이 신기루인 것인지, 한낮의 평온이 신기루인 것인지.
취향의 곡을 렌덤으로 들으며 알고리즘의 추천까지 흔쾌히 수용하던 무던한 날을 넘어 어느 순간부터 한 곡에 꽂혀 무한 반복할 때는 마음속 무엇의 허기짐이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무딘 마음이 참고 참다가 '똑 똑 똑' 좀 알아봐 달라고 보내는 신호인 것 같기도.
아침엔 기쁨을 보았어.
뭐가 그리 바쁜지 인사도 없이 스치고,
분노와 허탈함은 내가 너무 좋다며 돌아오는 길 내내 떠날 줄을 몰라.
평정심, 찾아 헤맨 그이는 오늘도 못 봤어
-평정심 中(이무진 커버)-
신기루 같기도 한 평정심을 무덤덤하게 만나는 한낮의 하루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