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에서 이어집니다.
6개월 전
과동기와 점심을 같이 먹고 헤어졌다. 점심시간에 1시에 있을 면접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는 면접 잘 보라고 말해준다. 그러며 자기도 다음 모집때 해보고 싶다는 응원의 말을 덧붙인다. 친구의 말에 없어진 게시글의 이상함은 지웠다. 쓴 건 속으로 삼키고, 단건 꺼내어 같이 맛본다. 물론 다른 친구는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친구가 있다. 동기가 너무 불순하지 않냐며,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한 개를 하며 공모전도 하고 학과생활은 어떻게 할 건지 말이다. 그러곤 이야기의 관심을 자기로 가져간다. 자기의 고등학생 때의 공모전 이야기. 이미 예전에 한번 해보아서 별것 없을 것이라는. 항상 당당하게 말하는 친구를 물끄러미 보다가 나도 왁자지껄 대화에 참여했다.
12시 55분. 문자가 띠링하고 도착한다. [저 왼쪽 창가 소파에 앉아있어요. 음료는 여자분들이 보통 좋아하시는 ㅇㅇ로 주문해서 지금 나왔네요. 천천히 오세요.] 커피를 많이 마시면 잠을 잘 자지 못해서 디카페인으로 먹고 싶었다가도, 음료를 기다리는 약간의 어색함을 쫓아준 그의 어른스러운 생각에 마음이 갔다. 카페에 들어가니 점심시간 후 카페를 찾은 사람들의 왁자지껄함에 심장이 약간 빠르게 뛰었다. 왼쪽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여러 소파 중 한 곳에만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그가 보인다. 눈을 뜨고 나와 눈이 마주친다. 선하게 웃는 모습에서 아빠의 모습을 찾는다.
1년 전
병원의 1층 로비. TV 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곳에 앉았다. 깨진 보안경. 오작동한 기계. 아빠는 눈에 화학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새 각막을 이식하지 않는 한 다시는 앞을 볼 수 없다고 했다. 불 꺼진 로비. 지상파 방송의 방송 송출이 끝나 화면 조정 화면이 나올 때까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빠는 말이 없었고. 아빠를 찾아온 회사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눈치만 살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아빠의 회사 아저씨. 그 아저씨는 내 손을 잡곤 당부한다. 내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고. 다른 회사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따뜻한 말을 내뱉는 아저씨의 손은 따뜻했지만, 그는 나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않는다. 그의 외면에 어떤 것이 숨겨져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아빠에게 돌아갈 선택지가 하나씩 지워지고 있는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