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의결핍은'옷과 밥과 자유'였다.공중에 떠다니는 새에게는 자유를부러워할 것 같지만 그는깃털즉, 옷을 첫 번째로 부러워한다.그리고 옷조차 없는 이에게남의 밭에서 익어가는 곡식은배고픔을 더욱 상기시킬 뿐이고.
주린 등짝에 짐을 싣고 힘겹게 적유령 고개를 넘는 나귀에게서는자유를 강탈당한채,고삐 쥔 이가 끄는 대로이끌려가는 시인을 포함한우리를 본다.
한때 내가 운영하던 블로그의 이름이 소월의 이 시에서 제목을 차용한 '글과 밥과 자유'였다. 배부르지 않더라도 글로 밥벌이하며자유롭게 살고 싶은 자기 암시로지은 이름이었다.물론, 지금 생각하면 당차고야무진 꿈이었고인생이란 어차피 예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교훈만을 얻었다.
소월의 시선으로 이야기하자면전공 덕에 밥걱정 안 하고 사니족해야 한다.누구에게 얽매이기 싫었든,사랑을 믿지 않았든, 비혼인지금의 생활에는 그야말로 자유가 넘쳐흐르니 이것도 족해야 한다.자유는 방종이 될 만도 한데제법 자신을 통제할 줄 아는정도의 지성은 겸비하고 있으니이것도 불행 중(?) 다행이다.
문학이나 예술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성공은결핍에서 온다고 믿는다.그런데 내겐 결핍이 결핍되었다. (애초, 욕망의 그릇이 작았던 터)
소월의 세 가지 결핍이 좋은 시로 이끌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는 것이 자명하다.'당신은 글쓰기에 재능이 없소!'라고 신통한 예언가가 말해준다면,정말 그래준다면 차라리 그 핑계로 글쓰기를 놓고 사뿐하게 살고 싶은데.그 하나의 결핍을 채우고 싶은 것은욕심이라고 누가 대신 말해 줬으면.
비틀스가 차트를 휩쓴 후 데뷔하는밴드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천재들이 노래하고 간 뒤 누구 하나 들어주지않는 무명 밴드들의 연주.
음악이란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간절했을 그들을 일으켜 세운 건순수한 음악 그 자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