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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Aug 04. 2022

중종은 조광조를 가스 라이팅 했을까?

중종실록

 "오랜 세월 나를 가스 라이팅 했던 회사는 한순간에 나를 버렸다."


나를 믿어주고 밀어주던  회사 A는 여러 해 동안 나를 춤추게 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야근을 고, 별 빛 가득한 시간에 퇴근을 하면서도 뿌듯함에 취해 노래를 불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속상한 일도 다 내 무능함이라고 여기며  일만 했던 시절이 생각나는 날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스트레스 속에서 나를 가스 라이팅 했던 회사는 한순간에 나를 버렸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 '네가 못나서 그렇지, 네가 나대서 그래...' 나 자신을 탓하게 만들었던 그날도 생각나 버렸다.




조광조는 고달팠던 백성들의 삶으로 가득했던 중종 시기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인물이다. 1510년 29세에 사마시에 합격하여 진사가 되고, 성균관 입학했고, 1515년 증광문과 을과에 급제한 뒤 왕의 사부로서 중종의 신임을 독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언로 (言路)가 통하고 막히는 것은 나라의 가장 중요한 일로서 통하면 평안하고 막히면 어지러워 망하게 되옵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바른말을 거침없이 뱉어내며, 답답한 공신 천지 세상에 사이다를 맛보게 해 준 인물이다. 아마도 중종에게 "아니되옵니다"를 난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훈구 세력 때문에 고인물 세상이 조광조에 의해 정화될 뻔했던 순간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그를 믿어주고 밀어주던 중종 마저 그를 한순간에 손절해 버렸으니까.


"도대체 무슨 일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기에 신들은 답답할 따름이옵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조광조가 신경 쓰였던 중종은 결국 '주초위왕' 나뭇잎 사건의 재구성을 명분 삼아 그에게 사약을 내렸으며, 불철주야 조선의 개혁과 중종을 위해 노력했던 그는 '절명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 역시 중종에게 가스 라이팅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도 충정을 노래하다니...!


그 뒤 세상은 후퇴했고, 중종의 세상은 제자리걸음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야 말았다.




생각해보면 그들이 원하지도 않는 바른말을 아이디어랍시고 내놓았던 시절이었나 보다. 그러다 보면 회사도 변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곳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광조와 같은 신념과 개혁의 의지가 있던 사람들은 기묘사화 급 사건들로 떠나갔고, 수많은 이유들을 대며 거절하고, 밀어내더니 끝도 없이 좌초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기쁘지 않다.


그저 내 직장이어서 사랑했고,

회사를 내 집같이 근심했으며,

하얀 해가 아래 세상을 굽어보니

붉은 충정을 밝게 비췄었다고... 


여전히 착각하는 중인 것 같다.


실록을 읽다 보면 자꾸만 내가 보인다.

잘못 살아온 나도 보이고, 허무한 시간들도 마구마구 지나간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더 이상 의미 없이 붉게 불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었어야지...

이제는 가스 라이팅 말고, 스스로 누울 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나도 변해가고...

내 아이들도 변하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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