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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Jul 19. 2022

연산군이 폐위된 진짜 이유

갑자사화는 이미 예견된 일! (feat. 영화 <간신>)



"모든 게 돌고 돌아 마땅히 보복이 있으리니...

어찌 모르느냐? -영화 <간신> 중에서"



세상에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모든 일들이 돌고 돌아 일어나기에 이미 예견된 일들이 많다. 덮이고 묻혀서 잊힐 것 같던 일들도 결국에는 기억되고, 회자되거나 심한 경우 부관참시되기도 하니 말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인물들 중 연산군은 '금쪽이 오브 금쪽이'이다. 하지만 연산군의 폭정과 기행으로 폐위된 이유는 그가 그저 금쪽이 이기 때문일까? '금쪽이 코끼리'를 대동해서라도 그 이유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육아, 인생사에 대한 해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영화 <간신> 중에서 (출처 : 다음 영화)





[경험]


왕에게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한다. 보고 듣고 느끼며 자라온 과정들이 쌓여 업적도 되고, '금쪽이'도 되는 것이다.


왕이 되기 이전의 연산군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금쪽이 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 성종과는 확연하게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낸 것만은 사실이다.


영화 <간신> 중에서 (출처 : 다음 영화)

-아버지의 배려로 빼먹기 일수였던 세자 수업

-어머니에 대한 무성한 소문과 부재

-멸시 어린 눈빛으로 가득했던 궁중 생활

-대간들의 눈치에 스트레스 심했던 아버지 성종



성종은 연산군을 자신이 겪었던 스트레스 가득한 삶을 살지 않게 했다고 한다. 오냐오냐, 다 받아주면서 자유롭게 세자 생활을 할 수 있게 아들의 실드가 되어주었다.



어머니 인수대비와 대간들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 했고, '유교 국가'를 완성하기 위한 목적까지 더하여 자신의 손으로 아내를 폐비시키는 것도 모자라 사사했으니, 몹시 미안했을 것이다. 아들을 향한 시선들과 불만들 역시 함께 느꼈을 테니 아버지로서 다 막아주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격함의 대명사 인수대비 밑에서 자란 자신의 어린 시절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을 테니 자신은 커서 그런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다 다짐을 했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상황에서 연산군은 약간은 제멋대로인 성향으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더불어 하늘 같은 아버지가 대간들이나 할머니의 말에 쩔쩔매는 모습, 여러 추문 속에서 여색을 밝히는 모습들을 보며 사춘기를 보냈을 테니, 여러 장면들이 경험치가 된 연산군의 인격은 올곧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


엄마 없는 하늘 아래에서 자란 연산군은 계모들과 무서운 할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더군다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며, 어머니의 죽음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외로움은 서러움이 되고, 서러움은 분노가 되어 조선 전체를 공포에 빠지게 만들었으니 연산군 폐위의 가장 큰 이유를 '복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어머니 폐비 윤 씨에 대한 복수심은 연산군 폐위 과정에서 가장 핵심 사건인 '갑자사화'의 원인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물며 나는 학생들에게 '어머니 원수, 갚자!' 사화로 기억하게 하고 있지 않나!

영화 <간신> 중에서 (출처 : 다음 영화)

하지만 '갑자사화'의 진짜 이유는 주변 인물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연산군이 진짜 원했던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 왕에게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신하들을 바로잡고 싶었고, 그놈의 '아니되옵니다!'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명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여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거열, 참수, 효수, 능지처참, 부관참시 등을 시전 하며 많은 이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모두 이루어지게 했던 것 역시도 단순한 욕망 보다도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을까 싶다. 누가 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인데도 그냥 행해졌다.



"진정 날 바보로 만드는 게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왕이 잘못을 행하려고 할 때 신하는 간언해야 하는가, 아니면 제 목숨을 애석히 여겨 순종해야 하는가?"

-영화 <간신> 중 연산군이 임사홍, 임숭재에게-



영화 <간신> 중에서 (출처 : 다음 영화)

영화에서 연산군이 포효하며 내뱉던 대사처럼 왕 주변에 충신은 없었다. 유교적 질서를 바로잡거나, 자신들의 세력 유지를 위해 소신을 비치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것이 왕을 위해서이거나 나라를 위해서라는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신언패'를 달게 해서 그런 것이라고 변명할 생각이라면 다시 '신언패'를 달아야 할 인물들이 수두룩한 정치판이었다. 중종반정을 일으켰던 박원종이나 박쥐 같은 유자광 조차도 그저 자신의 안위만 바라보는 인물들이라는 생각이 가득하니까 말이다.


할머니 인수대비,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셨던 장녹수 조차도 연산군의 진심을 조금이라도 알기는 했을까? 




[매뉴얼]

영화 <간신> 중에서 (출처 : 다음 영화)

누군가를 위하는 길에 정답은 없다. 특히 내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무조건적인 매뉴얼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산군일기>를 통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음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경험이 될 수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매뉴얼이 될 수도 있다.

사랑을 담아 품어주되 무조건적인 사랑은 없다.

무조건 다 들어주기만 하는 사람보다는 필요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과연 어떠한 사람인가?

나는 잘 살고 있는가?


내 아이에게 무엇을 주는 사람인가, 내 주변 사람에게 어떤 사람인가를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연산군일기>는 인생은 이렇게 살면 안 된다의 예시를 가장 많이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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