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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Jun 19. 2022

이성계와 이방원의 인생이라면

역사라면 특별 메뉴 <토크라면> 1

"Life is C between B and D "

삶(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 사르트르의 라임까지 죽이는 명언으로 시작하자!


선택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명언이 아니라 저주일 수 있겠으나, 사실이다. 우리는 늘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 1권, 2권을 읽으며  2주간의 스터디 속에서도 나는 끊임없이 선택해야 했다.


'힘든데 시켜먹을까?, 간단히 먹을까?'

'오늘 읽을까?, 내일 읽을까?

'손절? 익절? 더 사?'


그러다 문득 토크라면 레시피가 생각이 났다.

 '조선왕조실록 인생게임'

역사에서는 추체험은 무척 중요니까...

그 사람이 되어서 생각해보고 살아보면 역사는 텍스트가 아닌 실사가 된다. 수많은 물음표를 만들어가고,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가는 과정이야말로 역린이 탈출의 지름길이다.




2주에 한번 만날 수 있는 역사라면 한정판 메뉴 <토크라면>이 개시되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한 <토크라면>의 맛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광 셰프는 주방에서 덜덜덜 떨었다는 것은 철저하게 안 비밀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곳에서 비슷비슷한 상황으로 만난 손님들은 매우 초롱초롱하고, 설렘 가득한 모습이었기에 얼어붙었던 셰프의 몸과 마음은 1초 만에 사르르 녹았다.


이성계와 이방원 중에 하나를 복불복으로 선택하여 진행되는 인생게임으로 채워졌다. 아마도 태조실록, 정종실록의 내용을 기반으로 짠 스토리이기에 이방원을 선택한 손님들은 앞으로 꽤 화가 날 예정이다. 시작부터 주어지는 기본 포인트마저 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방원은 조금만 받고 시작하니까 말이다.   




이성계를 선택한 분들께 물었다.

"조선의 초대 왕이 된 당신, 후계자를 결정해야 합니다. 누구를 세자로 책봉하시겠습니까?"


물론 역사적으로 이성계는 막내인 방석을 세자로 선택했다. 하지만 그 결과 '왕자의 난'으로 피를 보지 않았던가! 분명 팩트부터 잘못된 선택이었고, 많은 분들이 금쪽이 후보에 이성계를 올려주신 이유라고 생각된다.


첫째 이방우는 권문세족이었던 처가의 눈치를 봐야 했고, 신덕왕후 강 씨의 자신의 아이들 세자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견제를 받았던 터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마셨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세자로 책봉되고, 강한 왕이 되려면 그쯤은 견뎌냈어야 한다. 이방우가 견뎌냈어야 탈이 없었을 텐데 결국 이방우는 술을 먹다가 죽고 말았다. 왕이 되었어도 단명했을 것이다.

이방우 (출처 :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다섯째 방원을 처음부터 세자로 골랐다면 어땠을까? 공신 중의 공신이지만 위아래 샌드위치 서열이었기 때문에 온갖 도전으로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신덕왕후 강 씨 역시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다. 형들 역시 방원의 선택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모습의 왕자의 난을 일으켰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성계가 이방원을 선택했더라면 소원대로 함흥에 묻히기라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방원이 왕이 된 후 '조사의의 난'을 일으켜 부자간에 칼을 들이미는 일 따위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결과를 알고 있기에 이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여러 역경이 있었기에 방원은 강한 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 슬프게도 포인트가 플러스가 될만한 선택지는 없다는 게 함정이었다. 초반부터 마이너스밖에 없다니... 작가가 너무 인정머리가 없네! 하하..


다음은 이방원을 선택한 사람들이 선택해야 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빳빳한 신권을 놓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권은 난센스였다. 신권을 옹호한 정도전을 고른 셈이라 잠시 위기를 맞았던 이방원의 심정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정도전을 참수하고 얻어낸 권력의 맛은 달지만은 않았을 터, 불편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했을 이방원의 마음도 전하고 싶었다.


홍무제의 심술, 하륜의 실록 참여, 정도전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한 선택지가 있지만 영업비밀 극비 레시피이므로 궁금하시다면 역사라면, 토크 라면으로 문의주시길 바란다.



토크라면 마무리 활동은 '이성계' 삼행시였다. 우선 시범은 필수!


이 : 이 싸람들이 진짜, 내가 왜 금쪽이야!

성 : 성질 같아선 그냥, 확 댕강 반쪽이야!

계 : 계속 욕하겠지만 500년 위한 일인데 그쯤이야!


급하게 만든 거 치고는 라임이 괜찮군. (자화자찬 중)


5분이라는 급박한 제한시간 속에 긴급 백일장을 열렸다. 쓱싹쓱싹... 열심히 쓰시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감동적이었는데 작품은 더더더 감동스러웠다. 몇 편만 살짝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 이렇게

성 : 성인들과 밤중에 만나서

계 : 계모임도 아닌 역사모임을 해서 참 좋습니다!


첫 시간에 딱 어울리는 센스 만점의 시가 아닌가!


이 : 이성계를 선택해서

성 : 성공할 줄 알았으나

계 : 계산해보니 별거 없구나


인생게임에서 화내기 없기, 규칙을 걸어서인지 실제 화내시는 분은 없었고, 이렇게 시로 고급지게 감정을 토로하기도 하셨다.


이  : 땅에 태어나..

성 : 공과 실패를 겪다 보니 모든 일에는...  

계 : 속이란 없구나..


이 : 이토록 아름다운

성 : 성장이었지만,

계 :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군


역시! 실록을 공부하다 보면 인생철학이 저절로 성립된다. 계속도 없고... 계획대로 되는 일도 없는 이놈의 인생사에서 누가 정답이라도 알려준다면 참 좋으련만...


우리는 모범답안도 없는 난이도 최상급 인생 게임에서 때로는 무모하게, 때로는 신중하게 선택이라는 것을 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라인드 투표로 선정된 오늘의 장원!


이 :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냐던 아들놈

성 : 성질머리가 드러운 아들놈

계 : 계속 니가 왕 해먹어라!


1권, 2권 금쪽이 후보다운 이성계 표 버럭 시이다. 이성계는 결국 3권 태종실록 초반에도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아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지 않았던가!




인생게임을 통하여 아주 잠시나마 물음표 몇 개를 만들고, 느낌표 한 두 개도 생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렵기만 했던 역사 용어들 몇 개도 실사로 만들어 보았다. 역사는 텍스트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수많은 인물들을 달달달 외우고, 사건들의 순서를 정답 맞히듯 나열하려고 들 때 이미 마음이 저만치 떠나버리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출처 :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실록> 속에서 비굴하게 죽음을 맞이한 정도전이냐, 이방원에게 고단함과 격려를 전하며 우아한 죽음을 맞이한  <육룡의 나르샤> 속의 정도전이냐는 적는 사람 마음이기에 사실과 기록으로서의 역사 사이에서 끊임없이 대화하며 판단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즐겁게 읽고 마음껏 생각하자.

그러다 보면 역사는 우리 것이 된다. 인생에 있어 선택에 순간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줄 지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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