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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Oct 14. 2022

숙종, 나르시시스트 불도저

<자기애 강한 아이>

토르의 동생 '로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나 만들기>의 실존 인물 애나 소로킨, 영화 <파워 오브 도그>의 주인공 필의 공통점은 모두 나르시시스트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란 나르시시즘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로 정신분석학적 용어로 자신의 외모, 능력 등을 바탕으로 지나치게 스스로 뛰어나다고 믿거나, 이를 바탕으로 자기중심적 성격이거나 또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이 심하면 '소시오패스'가 되기도 한다.


조선의 19대 왕 '숙종' 역시 자기애가 무척 강한 사람이다.


현종과 그의 유일한 아내 명성왕후 사이에서 심지어 외아들태어난 숙종은 조선 시대에서 7명밖에 안 되는 적장자 출신 왕 중 하나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46년이나 재위한 유일한 왕이다. 현종 또한 효종의 외아들이었기에, 손이 귀했던 왕실에서 원자로 태어나 8세에 왕세자로 책봉된 숙종은 그야말로 금쪽같은 내 새끼였을 것이다. 14세에 왕이 되어 수렴청정 없이 바로 친정을 단행한 후 오랜 세월 강력한 왕권을 휘두르며 보여주었던 유일무이하게 보여주었던 불도저 같은 모습들은 그저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데, 이 가운데 해당 사항이 몇 개나 있는지 체크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1. 자신에 대한 과장된 지각

2. 성공과 권력, 탁월함

3. 이상적 공상에 사로잡힘

4.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 믿음

5. 과다한 칭찬을 요구함

6. 착취적 대인관계

7. 공감 능력 결여

8. 강한 질투심

 9. 오만하고 건방진 행동

10. 특권 의식을 가짐



"내 배로 낳았지만 그 성질이 아침에 다르고 점심에 다르고 저녁에 다르니 감당하기 힘들구나!"

어머니 명성왕후조차 어린 세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오냐오냐 받들어 모시다 불같은 성격의 금쪽이가 된 것이 분명하다. 특권 의식은 물론이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어떻게 해서든 얻어냈다.


14세 사춘기 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당대 최고 실세 송시열을 들었다 놨다 했으며, 딱지 뒤집듯 집권당을 갈아치우며 세 차례의 '환국'으로 붕당정치를 박살 내 버렸지 않은가!


보았느냐?
 그 누구라도 내가 귀양을 보내면
가야 하고 죽으라 하면
 죽어야 하는 거야.
 왜? 내가 왕이니까!

-박시백 조선왕조실록
 <숙종실록> 중에서-


북한산성 건설, 대동법 전국 실시, 상평통보 전국 유통 등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한순간에 해치워버렸다. 그 사이 중심인물들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차례로 얻어냈고, 결정을 지어야 할 때는 타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불도저처럼 밀어버렸다. 불안한 정국 속에서 왕에게 밑 보이기 싫었던 대신들은 상호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 원칙 따위는 함께 버렸고, 당의 생존을 위해 기꺼이 착취되었다.


사랑도 원하는 방식대로 줬다 뺐었다를 반복했다. 덕분에 인현왕후는 폐서인이 되었다가 중전으로 폐서인 되었고, 그토록 사랑하던 장희빈은 세자의 어머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사하며, 드라마 단골 소재가 되었다.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네이버 영화

앞서 소개한 애나 소로킨, 로키, 필처럼 여러 가지 이유에서의 결핍이 만들어낸 왜곡된 자기애도 많겠지만, 숙종은 장벽이 없는 금 숟가락 스펙과 지나친 기대감 등에서 만들어진 과도한 제멋대로의 자기애였다. 흔히 몇 대 독자이거나,  집에서 오래도록 외동으로 자라 온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이라 하겠다.  잘못을 하더라도 오냐오냐 눈 감아주고, "네가 최고다!", "네 말이 다 맞다!"라고 떠받들어주는 집 아이들에게서도 자주 보이는데  함께 무언가를 할 때 마음대로 안되면 토라지거나, 억지를 부리며 자기 뜻을 관철시키려고 할 때가 많다. 물론 피곤해서 그 의견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에는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숙종의 자기애 넘치는 성향이 만들어낸 불도저 결정력이 문제만 일으킨 것은 아니다.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들에 방점을 찍어 시원시원하기는 하다. 모든 반대를 물리치고 대기근으로 백성들이 굶어 죽어갈 때 원수의 나라 청나라에서 쌀을 빌려왔고, 변해가는 세상에 필요한 문제들을 해결해 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벌어질 이후 '일당 전제화' 속에서의 무너져내려 가는 정치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영조와 사도세자 사이의 비극 '임오화변'이나 정조 사후 벌어지는 세도정치 역시 그 시작점이 숙종 대 환국이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숙종실록>


아이들에게 자기애를 심어주는 일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자기중심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면 세상의 중심에 서더라도 함께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은 잠시 온전해 보일지 몰라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사랑도 기대도...

칭찬도 배려도...

지나침이 없어야 한다.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 다른 이들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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