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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Oct 25. 2022

사도세자의 기행은 영조의 양육태도 때문이다

<영조실록> 임오화변

영조에게 사도세자는 금쪽 중의 금쪽같은 아들이었다.

효장세자가 열 살에 죽고 7년이나 지나서 태어난 사도세자였기에, 마흔둘의 영조에게는 금쪽같은 내 새끼

였을 것이다. 태어난 그날 원자의 명호를 내리고, 이듬해 세자로 책봉하며 최연소 타이틀을 모두 선물하였고, 총명한 아들의 면모를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었던 아들 바보 그 자체였다. 하지만 죽고 못살던 부자 관계의 최후는 역사상 최악인 '임오화변'으로 기록되고 말았다.


왜? 왜였을까?




내 맘 같지 않은 아들, 답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행평가 과제가 내일인데 속 편히 자고 있고, 쓰레기가 한가득인데 알아서 버릴 테니 놔두라며 되려 짜증을 내거나 무슨 말에도 묵묵부답인 아들이 셋이나 있는 엄마로서 답답한 마음 백번 이해한다. 속이 터져서 문드러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 본 적 없는 얼굴이 나오기도 하고, 들어본 적 없는 괴성이 나오기도 하니까 말이다.


"글을 이해하는 이치는 자못 뛰어난데 뚱뚱해서 얼굴 생김새가 별로라 답답할 뿐이다. -승정원일기-"


그래도 이건 좀 심한 표현 아닌가?


이미지 출처 : 영화 <사도>  (네이버 영화)


호불호가 심하다 못해 자식들에게도 심했던 영조는 결국 사도세자를 마음에서도 밀어내 버린 것 같다. 아이가 온갖 핑계로 세자 수업과 진현의 의무마저 멀리하자 모진 질책을 쏟아내기도 했다. 써봤자 소용없는 반성문이나 일기를 쓰게 하면서 아버지 영조는 사도세자가 자신의 뜻대로 바뀌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눈물과 선위 쇼를 비롯한 답정너 아버지 밑에서 아등바등 노력했던 사도세자는 급기야 아버지를 피하고 싶었다. 숨 막힐 것 같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온갖 추문과 함께 빚쟁이가 되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등 폐세자의 조건을 부러 갖추는 듯 보였다. 하지만 상대는 일도 져 줄 마음이 없는 꼿꼿하고 엄격한 아버지 영조였다. 자결을 명한 뒤 따르지 않자 뒤주에 가둬버렸다.


이미지 출처 : 영화 <사도>  (네이버 영화)

 

"혼자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아무것도 없는 벽장 속에 혼자다. 단지 피처럼 붉은 공포뿐. 마치 세상의 끝 같은, 소리와 빛과 엄마의 입맞춤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공포뿐. 어둠 속에서 외로움에 떨며, 곰 인형을 꼭 끌어안은 채 장은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오틸리아 바이 <벽장 속의 아이>"


만 27세의 사도세자는 이 이야기의 장처럼 울부짖었다. 삶에 대한 애착도 있었겠지만 너무도 깊이 갇혀버린 절망과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혼자인 어둠 속에서 세상의 종말을 느꼈을 것이다.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 -영화 <사도> 중에서-"


더위와 배고픔, 어둠과 죽음의 공포보다 더욱 세자를 억눌렀던 것은 아마도 아버지의 사랑의 종말이 아니었을까? 아버지 영조는 아들을 정치적 이유로 깊이 가두어버렸고, 세손 정조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아 버렸다.


아들이 사망을 확인한 후 잠시 오열하였지만 환궁하며 개선가를 울렸다고 하는데 그래도 부모로서 이 부분은 내 마음대로 바꾸고 싶다. 왕이든 무엇이든 사람의 도리라는 게 있으니 'YB의 사랑 two'를 마음속으로라도 불러줬을 거라고 믿고 싶다.


널 가둔 일 말할 순 없어도

내-가갇힌 것처럼 괴로웠던 거야

널 꺼내면 노론들 협- 박속에

세손도 위험해져 포기한 거야

내겐 너무 소중한 너 �

그립-구나 사도-세자 �




'훈육'이란 아이를 특정한 인성이나 행동 특성을 갖도록 기르는 것을 말한다. 저마다의 스타일이 있겠으나 아이가 잘 되게 하려고 하는 멸시와 질책은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멋진 왕으로 교육하기 위해 내비쳤던 폭언과 질책 그리고 멸시 가득한 표정은 결국 파국으로 몰고 갔으니까 말이다. 더욱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지우기 위해 미친듯 살아가는 방식을 아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도세자를 금쪽이로 만든 것은 결국 조선 원탑 금쪽이 영조였을 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영화 <사도>  (네이버 영화)

잘못된 훈육은 아이에게 두려움을 준다.

아주 잠시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표정을 생각하자. 무엇을 위해 그런 말을 했고, 무엇이 그런 행동을 가져다주었는지 늘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나를 볼 수 없지만 아이는 늘 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 two는 마음으로 말고 온몸으로 느끼게 불러주고, 상처 나는 말과 차가운 표정은 마음속에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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