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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Aug 11. 2022

선조와 원균처럼 살아야 한다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였건만, 기대했던 일들은 그냥 '기대'라는 글자가 무색해지리만큼 그대로다.


나만 열심히 살면 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면 변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너무도 그대로라 당황스러운 날이다. 하루 한 줄 명언에서 '그저 주어진 삶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쏴주셨는데, 그냥 화딱지가 나서 던져버렸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그저 감사만 해야 하는 것인가!



조선의  14대 임금 선조 재위 시절에 나 홀로 고군분투했던 율곡 이이 선생 말씀이 생각났다.


"이대로 구습을 답습한다면 다시 기대할 것이 없게 됩니다. 반드시 위에서 큰 뜻을 발휘하시어 지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대신과 백료를 신칙하여 일시에 일으킴으로써 기강을 세워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나이다."

-선조 6년 10월 12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0 [선조실록] 중에서)


백성들의 피폐함과 나라의 위기를 바로잡기 위해 뜻을 굳게 세우려고 했던 이이 선생님의 주장과 가르침은 구구절절 다 옳은 말들 뿐이었다.


하지만, 왜?

세상은...

왕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까?


전쟁이 닥칠 위기에서도 권력을 잡을 궁리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뿐이었던 시대가 아니었던가! 아마도 바른말을 하는 이이 선생은 참으로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 홀로 바른말을 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냥 피곤한 존재라고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선은 왜란으로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려가지 않았던가!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고, 많은 문제점들이 터지기 시작한다는 것은 머지않아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일이 벌어진다는 중요한 신호인데 우리는, 그리고 이기적인 집단은 박시백 선생님의 표현대로 자신들이 희망하는 방향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는 것 같다. 잠시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만 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이 '임진왜란'이라고 친다면 나는 누구처럼 살고 있을까?


바른말을 하며 분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도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던 인물, 당장 돌아오는 것은 없지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나라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인물...


아마도 미친 듯 싸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티 나지 않는 공일지라도 그것에 뿌듯해하며 살다가, 알아주기는 커녕 뒤통수 때리는 선조 때문에 열받아서 맥주 한 캔 마시며 화를 삭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는가?

'선조와 원균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해야 하는가?


선조는 정통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임금님 중 최장 기간인 40년 8개월간 보위를 이어갔으며, 13명의 최다 후궁을 거느리며, 결국에는 전쟁으로부터 조선을 지켜낸 왕이 되었다. 원균 역시 선조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공신 대열에 오르기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서 장렬하게 전사하셨다.


<선조실록>을 읽는데 자꾸만 마음이 복잡하여 맥주 한 캔을 더 따고 말았다.

자꾸만 내 삶이 투영되어서... 선조와 원균이 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나는 진정 잘못 살아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후루룩후루룩 맥주가 잘도 넘어갔다.


지나 온 시간들...

믿었던 약속들...

자꾸만 믿게 되는 거짓부렁들...


하지만...




실록을 덮고난 후의 나는 다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냥 그게 좋아서...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이 좋지 않고, 웃음이 날 것 같지 않아서이다.

이러면서 내일 그리고 또 내일 후회의 글을 줄줄 써 내려갈 수도 있지만 뭐 어쩌라고?

나는 그냥 이렇게 생겨먹었는 걸 뭐.


아마도 임진왜란 후에 책록 된 '선무공신'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호성공신'에도 책봉되지 못하겠지?


아들들아, 미안하다!

엄마는 그냥 생겨먹은 대로 살란다.


누구 하나라도 나라를 구하는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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