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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Aug 18. 2022

극한직업 대결, 왕과 나

워킹맘의 하루 vs <조선왕조실록> 왕의 하루

새벽 6시 대충 화장, 마스크가 있어서 유일하게 좋은 이유로 하루를 시작한다.

놓치면 택시를 타야 해서 후다닥 올라타야 하는 3oo 버스와 46분이면 야멸차게 출발해버리는 직원 버스를 타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걷는 새벽길은 미라클 모닝보다는 호러블 모닝에 가깝다.


12년째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도무지 익숙해지지도 않고, 하루 중 가장 괴로운 시간이 아닌가 싶다.


한 시간 남짓 달려서 비몽사몽 내린 하늘은 언제나 로맨틱 드라마 장르지만,  잠 부족 좀비 상태 눈에 비친 세상은 거의 호러물이다.




5시까지 폭풍 일을 마치고...

6시와 7시 사이에 귀가.


귀갓길에는 저녁 메뉴 정하기,

7시 부랴부랴 저녁 준비

9시까지 치우기, 밀린 집안일하기

10시까지 잔소리 섞어 아들 셋 육아

만보 채우기

씻기, 머리 말리기

너저분한 이부자리 정리하기

글쓰기

방학 기간이라 아이들 점심 도시락 싸기




집에 와서의 워킹맘이 찍는 영화 장르는 음, 액션 판타지 스릴러 정도가 아닐까 싶고,

해야 해서 하지만, 막상 리스트 업 해보니 이것이야 말로 미라클 이브닝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나의 극한직업에 도전장을 내미는 분들이 계셨으니 바로, 조선 시대 왕들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보면 조선 시대의 왕들의 하루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5시 기상

어른들께 문안 인사드리기

조강 (아침 공부)

조회, 신하들과 나랏일 의논하기'

주강 (점심 공부) + 나랏일

궁궐을 지키는 군사에게 암호 정해 주기

석강 (저녁 공부)

저녁 문안드리기

상소문 읽기

+ 야대 (보충수업)



이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수없이 많고, 책임감과 고민까지 더한다면 음, 나의 참패인가 싶기도 하다. 조선 시대 왕의 평균 수명이 약 46세 정도라고 하는 것을 보면 왕이라는 위치도 참, 극한 직업인 것은 매 한 가지인 것 같다.


하지만 왕은 도와주는 사람이라도 많았지... 내 삶은 녹록지 않다.

나는 월말 부부라 남편도 옆에 없고, 퇴근한 엄마 집안에서 플로깅이나 시키는 아들 셋만 있어서 내가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


아들 셋도 멋지게 키우고 싶고, 남편 하고도 계속 사랑하며 살고 싶다.

내 본캐와 부캐도 무럭무럭 키워서, 10년 내에 다른 인생도 살아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어제 아들들과 경연을 열었다.

주제는 '엄마가 아프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법'이다.


엄마 행복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터라 질문에 답이 없다. 집중력도 자꾸 떨어지는 모양새라 마음이 급한 경연장은 어느새 엄마의 설교로 가득 차 버렸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더 이상 '싫어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쓰레기 버리고 올까요?'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들고 읽으며 자꾸만 질문을 해온다.


마음이 뻐근했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꽤 넉넉하고 뿌듯한 기분이다.

오늘은 왕 보다 나은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잠시 웃어본다.

내일은 장담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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