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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Sep 26. 2022

욕쟁이 왕은 되지 말자!

왕의 언어의 품격

'개-웃겨!'

아이들 세상에서 '가장' 혹은 '매우'라는 부사는 어느덧 '개-'에게 밀려난 지 오래다. 


개 춥다, 개 멋지다, 개짜증 나다! 

부정과 긍정을 넘나드는 이 말은 아무리 들어도 욕처럼 들리기 때문에 어김없이 그 말을 쓴 녀석들은 내 앞으로 소환되기 일수다. 

"아이, 쌤 이건 욕이 아니죠!"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고등학생이지만 어김없이 명심보감 행! 

남을 해치는 말은
 도리어 자신을 해치는 것이고
 피를 머금어 남에게 뿜으면
 도리어 자기의 입이 먼저 더러워진다.


고작 부사 한 마디에 너무 가혹한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괜찮다고 하는 순간 말은 더욱 강한 무기가 되어 서로를 해치기 때문에 쓰고 외우며 반성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에게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어른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고, 명망 높고 존경받는 사람들을 따라 하며 저절로 배우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개새X 같은 것을
 억지로 임금의 자식이라고 칭하니,
 이것이 모욕이 아니고 무엇인가?
 - 인조실록, 24년 2월 9일-



아무리 아들 소현세자가 마음에 들지 않기로 소니 실록에 기록될 정도로 사람들 앞에서 욕을 입에 담은 인조의 평소 언어의 품격은 가히 상상해볼 만하다고 하겠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도 입에 담을 수 없는 격한 욕설에 한동안 '파격'이라는 기사를 달고 살았고,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태종 이방원 역시 니킥뿐만 아니라 쌍시옷 발음의 대사를 내뱉는 순간 격이 떨어지는 왕이 되었다. 언어란 그 사람의 모든 이미지를 바꿔놓을 만큼 아주 강한 무기인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욕쟁이 왕' 타이틀은 학업이 뛰어나고 덕업 군주라 일컬어지는 '정조'인 것은 꽤나 유명하다. 

'호로 새X (胡種子)'!

문체 반정을 주장하며 패관문체를 없앨 것을 명했던 그였으나 '정조 어찰첩'에서 발견된 편지에는 현란하고 트렌디한 표현과 더불어 과격한 표현도 꽤 많았던 것이다. 좋아하는 왕이라 살짝 이해해줄 뻔했지만 완벽주의 정조에게 하필 빈틈이 '욕'이라고 생각하니 아픔 있게 자란 사람은 어쩔 수 없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미친'

슬프게도 엄마의 돌발 행동에 대한 아들들의 품격이다. 기겁하여 정색을 하니 요즘에 흔히 쓰는 감탄사라고 한다. 온.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하도 많이 쓰다 보니 너무 감탄하여 나온 말이라는 소리에 엎드려뻗쳐를 시킬까 하다가 삼십 분 일장연설을 택했다특히 정치에 꿈이 있는 큰 아들은 '플러스 십 분 추가요!'였다.


"한 무리의 어른들이 하하호호 떠들며 온갖 상스러운 표현을 쓰길래 싸우는 줄 알았던 적이 있었어! 하지만 알고 보니 "오늘 너무 맛있었다, 진짜 즐거웠다. 자주 보자!"라는 말이었지. 그런 대화인데 아주 격하게 쌍시옷과 지읏이 오고 가더라고." 


아들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인조 이미지 출처 : JTBC 궁중 잔혹사 꽃들의 전쟁


생각은 곧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으로 굳어지고,
습관은 성격이 되어
결국 운명이 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언어의 품격> 中에서-


아들! 정치를 하더라도 욕쟁이 왕은 되지 말아야지. 인조가 안 그래도 욕먹는 왕인데,  욕설 쓰는 왕으로까지 남아버렸잖아. 결국 습관이 무서운 거야. 그러니 너는 언어에서부터 품격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조심하자.

엄마 이 악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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