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인간은 스스로가 행복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어 놓았을 때조차도 행복해지기를 희망한다.
-성 아우구스틴
2019년 12월 18일 오후 6시 43분.
"띵".
문자 알람 소리가 유독 다르게 들렸다. 발신자를 보니 3주 전에 최종 면접을 봤던 대기업의 HR이다.
‘최종 면접 결과를 확인하세요’라는 문장을 보자마자 문자 하단의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재빠르게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고 눈을 반만 뜬 채 폰화면을 확인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 현실로 다가왔다.
온몸의 긴장이 풀렸고 눈물부터 났다. 당시엔 기쁨의 눈물이라 생각했지만 '더 이상 취업준비 안 해도 된다'는 안도의 눈물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대학원 생활 내내 ‘이곳에서 탈출해서 빨리 돈 벌고 싶다’,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 ‘재미없고 나와 맞지 않는다’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합격 통보는 나에게 ‘새로운 시작’보단 ‘대학원 탈출’이라는 의미로 더 크게 다가왔다.
가족들에게 합격 소식을 전하고, 친구들과 축하주를 마셨다. 대학원 선배들도 질투 섞인 축하 인사를 전했다. 입사 전 60일 동안 나는 해방감과 행복감에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
27살에 나는 대기업만 들어가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의심 없이 믿고 있었다.
청춘들의 90%는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알지 못한다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일까?
아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개인의 사고와 심리보다 그 사람이 처해 있는 환경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사회초년생의 10명 중에 9명은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알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이 행복할 수 없는 환경을 선택하고 ‘다른 사람들보단 행복하겠지’ 자위하며 그곳에서 방황한다.
남들의 눈에는 무조건 행복해야 할 것만 같은 조건을 가진 사람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걸 가졌어도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른다면 행복은 잠깐 머물 뿐이다.
우리는 왜 자기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지 못하는 걸까?
인생이 '생존 게임'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본능에 충실해진다. 안정적으로 먹고사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가 된다.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환경에서 내가 역량을 잘 발휘하는지 등 자신에게 ‘맞는’ 환경과 업에 대해 고민하는 건 생존에 되려 방해가 된다. 하루빨리 돈을 벌고 가정을 꾸리기까지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행복의 척도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면이 아닌 외부로 향하게 된다. 온 마음과 신경을 한 차원 낮은 욕구들에 집중하게끔 만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어떤 기준을 두고 직업을 선택했는가? 대학생이라면 자신의 전공을 선택한 기준이 무엇인가? 여기서 기준은 '타협할 수 없는 조건'을 뜻한다.
예상컨대 안정적이거나, 현실적으로 유망하거나, 연봉이 높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일 것이다. 즉,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존에 필수적인)'돈'에 기준을 두고 인생의 70%가 넘는 시간들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얼마나 자기 자신을 깊이 알기 어려운 환경 속에 놓여 있는지 증명해 준다.
그럼에도
행복해지고 싶다면
아무리 먹고살기 어려운 세상일찌라도,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픈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사회적 돌연변이다. 그리고 이번 브런치북 시리즈의 주인공은 바로 이런 돌연변이들이다.
같은 물병이라도 고산지대에서는 1만원이고 동네 편의점에서는 1천원이다. 나의 가치를 스스로 알지 못하면 나를 저평가하는 환경에 익숙해져 버릴 수 있다. 혹은 나는 바다물고기인데 민물에서 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을지 모른다.
혹시라도 이렇게 방황하고 있을 돌연변이 청춘들에게 필자의 경험을 나누려고 한다.
나(필자)는 누구나 인정할만한 엘리트 코스를 그대로 밟아왔다.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자라서 좋은 대학을 나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에 한 번에 입사했다. 환경으로만 보면 부족할 게 없었다. 그러나 나는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전성기에 바닥까지 무너졌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까지 근 5년이 걸렸고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행복의 근원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당장 맞지 않는 환경에서 뛰쳐나오라는 말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하면 어느 곳에서나 나의 가치를 실현하며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현실적인 해결방법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 개인의 경험일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같이 소심하고 변덕스럽고 사고 많이 친 회사원은 없을 것이다(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이렇게나 문제 많은 나의 성장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와 위로가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