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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스 Apr 18. 2024

MZ세대의 방어기제, ‘받는 만큼만 일할게요’

Episode 9. 세대 차이

출처: SNL

'MZ세대(일명 민지)'에 대한 각종 밈들이 넘쳐난다.


"너네 회사에도 저런 애들이 있니?"


친척어른들께서 SNL을 보시고 한 번씩 묻는 질문이다. 그럴 때면 억울한 듯 민지(MZ)에서 슬며시 발을 빼며 '아니요'라고 말하지만.. MZ가 회사에서 튀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회사에서 20대(99~96년생, Z세대)들을 만나보면 텐션이 다르다. 처음 (춤을 따라 추는) 챌린지 영상을 접했을 때 '이런 걸 누가 하나' 싶었는데, 내 옆에 앉아있던 사우님도 같은 춤을 추고 있었다.


잘 노는 만큼 자기계발에도 열정적이다. ‘몸값 키우기', '월 수익 창출', 'N잡' 등 경제에 관심이 많고, 학창시절부터 어떤 스펙이 미래에 가치가 있을지 고민하는 영민한 세대이다.


이렇게 통통 튀는 MZ세대들이

회사에서 자주 하는 멘트가 있다.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되지“

출처: 사람인

책임들은 하나같이 혀를 찬다. ‘너네가 받는 만큼은 일을 하냐’부터 ‘요즘 애들은 너무 계산적이다’, ‘이기적이다’라며 비판을 한다. 세대 간에 오해가 생기면 소통이 안되고 갈등이 깊어진다. 일을 인계해야 하는 세대와 야근을 거부하는 세대의 충돌이 점점 커져간다.


나 또한 이 말을 뱉어본 한 사람으로서,

이런 ’얄미운 말‘이 왜 MZ의 입에서 나오는지

감히 세대를 대표하여 변론해 보도록 하겠다.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말과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체로 마음속에 큰 상처를 숨기고 있다. 즉, *방어기제로 자신의 상처와 슬픔을 비정상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방어기제: 자아를 상처와 불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채택하게 되는 현실왜곡 전략


이렇듯 삐뚤어진 말속에는 상처받은 마음이 숨겨져 있다. 일부로 속마음과 다른 말을 내뱉는 이유는 또다시 기대했던 바에 상처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출처: 루리웹 뉴스


“받는 만큼 일한다”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이 말은 MZ세대의 본심이 아니다. 이들이 열정을 바친 만큼 보상이 없었기 때문에 나오는 방어기제일 뿐이다.


여기서 ‘보상’은 연봉과 인센티브와 같은 물질적 보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느끼며 인정받고 성장하고자 하는 ’정신적 보상‘도 포함된다. 실리콘벨리 출신 인재들의 인터뷰를 보면, ‘정신적 보상’을 억대연봉 보다 가치 있게 여겨 퇴사를 했다고 한다. 그만큼 돈만 많이 준다고 해서 유능한 인재를 붙잡아 둘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회사원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정신적 보상 중 하나는 ‘승진’ 곧 ‘진급‘이다. 그런데 만약 진급 시스템이 불투명하고, 일 못하는 동기가 나보다 먼저 진급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혹은 내 연봉의 2배이상을 받아가는 임원이 전혀 귀감이 안된다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뭐하나’ ‘주는 만큼만 일해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그래서 진급 시즌만 되면 사내 게시판에 꼭 등장하는 글이 있다. 제목은 “받는 만큼만 일할게요”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부모님 세대만 해도 ‘본업에 집중’해야 성공하는 케이스들이 많았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라는 조언을 주로 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도리어 한 분야에 매몰될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어려워진다. 무방비 상태로 여태껏 쌓아온 커리어가 강등될 수 있다. 우리 회사에서도 한때 국내 업계 1위를 자랑하던 캐시카우 사업부가 지난 3월에 매각되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한 시대다. 한 순간에 판도가 뒤집힐 수 있는 무한변동의 시대 말이다.


유망한 산업군은 계속 바뀌지, 자산격차는 매년 벌어지기만 하지, 내 월급은 안 오르지. 심지어 MZ는 국민연금도 못 받는 세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수명을 늘어나는데 은퇴 이후 삶마저 불안해졌다면, 회사만 믿고 본업에만 집중하라는 조언은 들리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N잡과 투자에 관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체력 절약을 위해서라도 받는 만큼만 일하고 최대한 빨리 퇴근해야 한다. 퇴근 후에도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꿈을 잃고, 열정도 잃고, 무기력한 말과 행동을 한다. 이것이 내가 관찰해 온 MZ들의 본심이다.




저 거위도 벽을 넘어 하늘을 날 거라고
달팽이도 넓고 거친 바다 끝에 꿈을 둔다고
나도 꾸물꾸물 말고 꿈을 찾으래
어서 남의 꿈을 빌려 꾸기라도 해
내게 강요하지 말아요 이건 내 길이 아닌 걸
내밀지 말아요 너의 구겨진 꿈을
-‘후라이의 꿈’, AKMU

악동뮤지션의 '후라이의 꿈‘은 MZ세대의 복잡하고 무기력한 마음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곡이다. 희망을 가지고 알을 깨고 나왔지만 새처럼 날아갈 자신이 없어 그냥 누워만 있고픈 무기력한 마음을 ‘후라이’로 비유했다. 꿈을 꾸기에는 닿을 수 없는 판타지로만 존재할까 두렵고, 꿈 없이 살자니 무기력하다.


그렇다면 지금 MZ세대는 무엇을 바라는 걸까?

모순적이지만 ‘꿈’이 필요하다. 마음속에 작은 불씨라도 가졌으면 한다. 우리도 희망을 가지고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승진, 결혼, 육아, 내집마련.. 이런 평범한 삶을 소망하고 싶다.


이런 마음을 윗세대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세대 간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시작이라고 믿는다. 이제는 MZ들을 괴짜로만 보지 말고 우리들의 본심을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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