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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스 Sep 03. 2024

언니는 연세대 나는 서강대

Episode 6. 신촌 안에 두 자매

우리나라 2023 대학 순위 (출처: 구글)

‘정시 vs 수시‘ 합격생 중 누가 더 똑똑할까?

‘스카이‘ 바로 밑에 대학은 과연 어디일까?


급나누기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주제이다. ‘남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한켠에 품은 채 말이다.


나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언니를 보며 떠올렸다. 언니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언니만큼 잘나고 싶어서.


언니는 공부를 잘했다.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전교권에서 놀만큼 성적이 좋았다. 우수한 내신성적을 무기로 대학입시 ‘수시전형’을 노렸고, 입시 전략은 완벽히 성공했다.


그것도 무려 연세대학교에.


‘수시전형’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언니는 정시에 약했고 내신에 강했기 때문이다. 수능에서 인서울 중위권 대학 수준의 점수를 받았지만, 결과는 ‘인스카이’를 해냈다.


가족으로서 기뻤다. 그리고 자랑스러웠다. 친구들에게 ‘우리 언니 연대생’이라며 우쭐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4년 후, 내가 입시생의 신분을 갖췄을 때는 입장이 달라졌다.


더 이상 언니의 대학 자랑을 편하게 할 수 없었다. 고3인 나에게 언니는 ‘넘어야 할 산’으로 다가왔고, 꼭 이기고 싶은 경쟁자가 되었다.


그 누구도 ‘언니정도 수준의 대학을 가야 한다’고 나에게 말한 적 없었다. 부모님께서 부담을 주신적도 없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아니 평생 쌓여왔던 나의 습성이 드러난 것이었다.


둘째로서,

첫째의 영광에 가려지고 싶지 않은 욕심 그리고 첫째보다 빛나고 싶은 욕망.


이 두 가지 욕구가 입시를 앞두고 나를 삼키기 시작했다. 질투와 시기심이라는 가면을 쓰고서.


“언니 수능 점수로는 연세대 발끝도 못 갔던 거 알지?“

“아무래도 입시는 운빨인 거 같애. 언니는 진짜 운이 좋았던 거야 “


4년이나 지난 언니의 수능 점수로 시비를 걸었다. 나의 내신성적이 언니보다 낮았던 게 분했는지 말도 안 되는 심술을 부려댔다. 수능을 망치는 일이 두려워 방어기제를 세우고 언니를 질투했다. 아, 그때는 질투인 줄도 몰랐지만.


나의 연이은 공격에 어이없어하던 언니는 가볍게 나를 무시했다.


“꼬우면 너도 연세대 가던가“


승자의 여유가 너무 얄미웠다.


배알이 매우 꼬였지만,

나는 결국 연세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했다.


대신 2011년 불수능에서 나는 언니만큼이나 운 좋게 ‘정시전형’으로 서강대학교에 합격했다. 부모님은 기뻐하셨다.


“어후 서강대학교면 스카이 바로 다음 아니야”

“언니랑 동생 둘 다 신촌에서 대학 다니네~“


기분 좋은 칭찬들이었다. 그러나 ‘왜 매번 나는 언니보다 밑이지?’라는 생각에 잠식되어, 정작 주인공인 나는 그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연세대나 서강대나 둘 다 좋은 학교이다. 하지만 대학에 서열을 나누는 건 지극히 본능적인 일이다. 언니는 연세대, 나는 서강대. 첫째와 둘째가 가진 입장과 많이 닮아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서글펐다.


연세대(스카이)에 아쉽게 낙방한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이 서강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반박의 여지가 있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서강대 자체가 목표였던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후순위이자 차순위의 운명.. 나와 많이 닮아있는 나의 모교.


그래도 언니 앞에서 작아지기 싫어 이렇게 객기를 부려본다.


”나는 불수능에서 정시로 대학 붙었거든“

“우리학교 사람들 다 언니보다 수능 잘봤거든”


언니와 동일한 인생의 과제에 놓인 순간, 나는 항상 언니를 경쟁자로 인식해 왔다. 대학입시, 취업, 결혼 심지어 자녀 계획까지. 언니는 여전히 이 사실을 모르지만 나는 혼자서 몰래 언니와 경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살면서 마음속에 불꽃이 잘 꺼지지 않는 것 같다. 때로는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까.


33년이 지나 고백해본다. 나의 영원한 선의의 경쟁자인 언니에게 고맙다고. 언니 덕분에 나는 한시도 게으르지 않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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