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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꽃 Apr 06. 2023

누구나 우아한 육아를 꿈꾼다.

'출산, 육아 체험 현장'을 겪어보기 전까진_


출산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지만 기억을 더듬어 이 글을 써본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새 생명.

임신테스터기 두 줄에 심쿵하고, 초음파 사진 속 그저 콩알만한 아기 형체에 또 한 번 감격한다.



평소 듣지도 않던 베토벤과 모차르트 음악 태교 삼아 나지막이 틀어놓고 중학교 가정 시간에 잠깐 배웠던 바느질 기억 더듬어 어설프지만 손싸개, 발싸개도 만들어본다. 남편과 함께 임신출산 대백과를 펼쳐보며 우리는 꿈에 그리던 부모가 될 준비를 한다. 우아한 출산과 미소 한 보따리 육아를 꿈꾸며...



쌔근쌔근 잠든 아기 모습을 바라보며 더할 나위 없이 모성애가 뿜뿜 뿜는 자애로운 어머니 모드.

그 잠든 아기의 모습을 보면서 남편에게 어깨를 기대어 가족의 새로운 탄생을 감격해 가는 모드.



그러나... 웬걸.... 우아한 임신?



입덧, 토덧, 튼살, 수시로 쥐가 나거나 뭉치는 배를 돌아가며 경험하고, 출산 전 '굴욕 3종세트'라 불리는 제모, 관장, 내진까지 체험하고 나면 우아한 임신과 출산의 상상은 이미 개나 줘버려야 한다.  마지막 무통빨이 끝나고 나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달 떨리는 턱주가리와 사지가 분리될 것만 같은 저세상 고통만 이어진다. 사람인지 짐승인지 분간이 안 가는 표효하는 상황 속에 두 손 꼭 잡고 안절부절못하는 남편과 함께 진통의 시간을 이겨낸다.



저 세상을 넘나드는 듯한 고통의 끝자락까지 가고 나서야 비로소 아기가 탄생한다. 아기의 무탈한 탄생 뒤에는 출산과 함께 온몸에 터진 실핏줄과 추노도 와서 비웃고 갈 내 몰골만이 남아있다. 거기에 한동안은 앉기도 서기도 힘들어 엉거주춤한 양반 나으리 걸음까지 덧붙인다. 생전 경험해보지 않아 글로 표현도 힘든 출산 고통보다 더했던 젖몸살까지 경험하며 또 한 번 눈물 콧물 범벅인 채로 우아한 출산, 육아는 저 멀리 둔 채 초보티 팍팍 내는 엄마가 되어간다.



위의 롤러코스터 같은 타임라인에 남편이 함께 한다.

매우 부끄럽지만.



거기에 모유. 모유. 모유의 강조로 인한 엄마의 첫 번째 육아 목표는 직수(직접 수유)와 네버엔딩 유축기 공장 가동. 이건 여자인 건지... 젖소인 건지... 좋은 엄마의 그 어디쯤을 걷고 있는 건지.



이 모습도 의도치 않게. 부끄럽게도. 여지없이.  그에게 노출하게 된다.



내겐 광고 속에 나올법한 육아하는 모습은 당최 찾아볼 수 없다. 시시각각 왜 우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남편과 당황스럽기만 하고, 아기 목욕하나 제대로 어쩌지를 못해 자지러질 듯 우는 아기 앞에서 진땀만 빼며 이건 아기가 목욕을 하는 건지 우리가 땀목욕을 하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는 상황.



분유를 먹여서 이토록 잦은 분수토를 하는 건지.

열은 왜 유독 밤에 심하게 나서 오밤중에 아이 안고 응급실을 달려가며 부모의 애간장을 태우는 건지.

남편과 함께 멘붕에 멘붕을 더했던 영아기 육아 시절.



핸드백 하나 들면 그만 이었던 나들이길도

나서기도 전에 짐 싸다가 지쳐버렸던 똥기저귀& 애기살림 한 보따리 봇짐장수 나들이길.



아기가 울 때 그와 나만이 알던 안절부절못했던 그 감정들. 아이가 웃어줄 때, 걷기 시작했을 때, '엄마'라고 '아빠'라고 처음 불러줬을 때의 그와 나만이 느꼈던 그 벅찬 감정들. 그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순간의 찌릿했던 시간들을 함께 겪어낸다. 그렇게 우리는 어쩌면 또 다른 모습의 어른이 되어간다.




출산한 에미라면 한 번은 (어쩌면 수번은..) 겪어봤을 시추에이션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


다 들키고 말았다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 대사 中]



부부가 부모라는 타이틀을 덧붙이면서 서로에게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줄 수 있었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그래도 괜찮다.



우아한 출산도, 우아한 육아도 하지 못했지만,

수백 번은 안절부절하고,

수천번은 육아에 힘겨워하기도 했지만,

수만 번의 합을 맞추고 지혜롭게

오로지 그와 나만이 아는 육아 희로애락의 세월을 쌓으며  가족 테두리 안에서 아이의 성장과 함께 우리도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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