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과 6살 유치원생 남매가 있다. 남편과 나는 첫째가 딸이길 바라는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산부인과에서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예상되는 성별이 아들이라는 말을 듣게 됐다. 그리고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둘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10여 년이 흘렀다. 지금은 장난꾸러기 10살 아들이 나의 친구가 되었다. 남자 아이지만 조금 다정한 구석이 있다. 재잘 재잘 말하기도 나름 좋아해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주기도 한다. 얼마전 생긴 여자친구가 보낸 편지도 보여주고 답장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도 물어본다.
아이가 고민을 말할때면, 나도 진지하게 아이의 입장에서 고민을 해 본다. 그리고 도움이 되는 답변을 해주려 노력을 한다.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하며 아이가 속상해하면 나도 속상해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아들이지만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딸은 여전히 아기같다. 어느새 훌쩍 커서 언제 키가 이렇게 컸지 하며 보면서도 여전히 나는 둘째 딸에게는 아기처럼 대하고 있다. 막내의 특권일까. 둘째 아이도 그저 어린냥을 부리고 막내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칭얼거리거나 징징거리며 말할 때는 딱 잘라 혼을 내기도 한다.
어느 날 첫째 아들이 나에게 지적했다.
"엄마는 나한테 말하는 거랑, 얘한테 말하는 게 달라. 말투부터 달라."
듣자마자 눈치챘다. 아이는 서운해 했다. 약간 삐치기도 했던 것 같다. 나의 행동과 말투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어느정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단 아니라고 해야했다. 오해라고.
그리고는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을까 며칠 고민을 했다. 물론 그 동안 나의 행동들을 반성했고 조심했다. 잠들기 전 첫째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며칠 전 아들이 말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가 생각해 봤는데, 엄마는 너는 이제 대화가 되니깐 친구같고 동생은 아직 너만큼 대화가 되지는 않아서 아직도 아기같다고 생각했나봐. 엄마가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같아. 알지?"
아이는 친구같다는 말에 마음이 조금 풀린 듯해 보였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이 대화도 잘 통화고 말귀도 다 알아 들으니 이제는 아기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배우고 있는 것들을 아들에게도 공유하고 아들도 관심을 가지고 진행사항을 물어봐준다. 나의 성과를 아이에게 자랑을 하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도 공유하며 힘을 내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얘기도 했다.
그리고 동생이 생긴 후 엄마의 사랑이 동생에게 더 가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을 땐 이렇게 말 해주었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인 4년 동안은 엄마 아빠한테 너밖에 없었잖아. 동생보다 4년이나 더 엄마 아빠와 함께 했고 동생보다도 함께한 추억이 훨씬 더 많아. 그 시간도 무시 못하는 거야. 엄마한테 너는 첫번째 보물이야."
대신 첫번째 보물이라는 말은 동생에게는 비밀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우리 둘만의 비밀도 생겼다.
나이가 들어가면 아들에게도 사춘기가 올 것이다. 문을 닫고 들어가 대화가 단절이 되는 시기도 올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나의 둘도없는 소중한 친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