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보다 중요한 듣기

by 비비드 드림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 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경청의 중요성은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른들의 조언에서도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였다. 서비스업에 몸담고 있다 보니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몸소 배웠다. 교육도 받고, 스스로도 끊임없이 노력해온 부분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말하기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한 걸까? 그냥 그렇게 배워왔으니까, 라고 넘기기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자기 말만 쏟아내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그 말을 받아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듣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집중하고, 반응하고, 맥락을 따라가야 하니까. 그 에너지를 쏟고 나면 나도 어딘가에서 털어놓을 공간이 필요한데, 들어주는 사람 없이 듣기만 하고 끝난다면 어느 순간 기운이 빠지고 만다.


대화는 오고 가야 제맛이다. 자기 말만 하는 사람 곁에는 결국 사람이 오래 남지 않는다. 그것이 경청이 예의가 아니라, 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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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말하는 데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기술이 늘었고, 지금은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듣기를 먼저 챙기려 한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말은 일단 아끼는 편이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지켜보면서, 어떤 사람들인지를 먼저 파악한다. 그 시간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나는 그게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는 오히려 입을 더 닫게 된다. 그래서 소규모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게 나한테는 훨씬 편하고 깊게 느껴진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지 않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건,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말하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고, 끄덕이고, 그 사람이 더 편하게 말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집중해 주는 것. 그 시간은 듣는 사람에게도, 말하는 사람에게도 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한 마디를 더 하려고 애쓰기보다, 조금 더 집중해서 들어보려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내 생각도 정리된다. 그리고 내가 말할 차례가 왔을 때, 더 단단하고 명확한 말로 전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잘 듣는 사람이 잘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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