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레미, 별명은 놀래미
우리 부부의 MBTI는 'E'로 시작한다.
둘 다 외향적 성격으로 낯선 사람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덕분에 집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일도,
모여서 밤새 보드게임을 하는 일도 자연스러웠다.
요즘은 서로의 지인들과 캠핑을 종종 떠나는 우리.
그런 우리는 충동적으로 데려온 도마뱀에게도 금세 마음을 열었다.
작은 몸집으로 꼬물거리는 녀석을 '레미'라 부르기 시작한 순간,
기꺼이 엄마와 아빠가 되었다.
하지만 레미는 달랐다.
레미는 플라스틱 통 안의 가장 구석진 곳을 찾아다녔다.
은신처 그늘에 숨어 밖을 조심스레 내다보고,
모형 나뭇잎 아래 웅크려 잠을 청했다.
나뭇가지 아래 틈, 바위 사이 틈, 심지어 바닥에 깔아둔 키친타올 틈까지.
틈이라면 가리지 않고 자리를 잡는,
그야말로 극도로 내향적인 생명체였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손가락을 들이밀면, 화들짝 놀라 달아났다.
관심을 줄수록 레미는 더욱 어두운 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근데 어쩌겠어?
원래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거잖아.
섭섭한 마음을 담아 별명을 '놀래미'라고 지었다.
그렇게 부르면서 웃어넘기고, 조금 멀리 떨어져 가만히 바라봤다.
자꾸 보다 보니 좀 다른 재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은 레미의 집을 청소하는 날이다.
안에 있던 구조물을 모두 빼내고, 집 전체를 물로 씻는다.
물기를 탈탈 털어 바닥재를 새로 깔고, 빼낸 구조물을 다시 배치한다.
요즘은 레미가 마음 놓고 숨을 수 있도록 일부러 사이사이 틈을 만든다.
은신처를 모서리에 돌려서 놓고,
듬성듬성 넣어둔 돌 위에 나뭇잎을 얹어 그늘을 만들어 준다.
레미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작은 집안의 틈새를 꾸미는 일이 즐거워졌다.
곧이어 레미를 깨끗해진 집에 들여보낸다.
바뀐 구조에 낯선 듯 멈칫하다가도, 금세 안락한 자리를 찾아 움직인다.
그러다 내가 만들어둔 공간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또 얼마나 뿌듯하던지!
쪼르르 남편에게 달려가 자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편도 마찬가지다ㅋㅋ)
몰랐던 'I'를 몸소 깨달아 가고 있는 것만 같다.
조금 멀찍이 떨어져 있지만, 다른 우리는 이렇게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