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는 뭘 먹어?

벌레?! 도마뱀 먹이 이야기

by 리을

도마뱀을 키운다고 하니 듣게 되는 질문이 몇 가지 있다.


1위 '왜 하필 도마뱀이야?'

2위 '걔는 뭘 먹어?'


1위 질문은 지난 화에서 다뤘으니 (궁금하다면 2화를!)

오늘은 레미가 대체 뭘 먹고 사는지 적어보려 한다.


우선 대부분 도마뱀은 충식 즉 벌레를 먹는다.

야생에서는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보니, 귀뚜리미를 주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충식을 하지 않는다.

내가 키우는 '크레스티드 게코'라는 종은 벌레를 먹이지 않아도 키울 수 있다.


KakaoTalk_20251125_101743503.jpg 도마뱀 사료

샵에서 처음 데려올 때 사 왔던 사료 3종류다. 모두 가루다.

왼쪽부터 주 사료, 칼슘, 비타민이다.

성체까지 가루로 키워도 된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충식이 나은가? 하는 고민은 늘 있다.


하지만 집에서 귀뚜라미를 번식시키고 키우는 건... 나도 좀 어렵다.

(귀뚜라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면, 다들 공감할 듯)

그래서 대안으로 남편이 가루 하나를 더 들여왔다.

KakaoTalk_20251125_101743503_01.jpg 귀뚜라미 파우더

귀뚜라미를 어떻게 가루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수월하게 밥을 만들 수 있다.

레미 밥을 만들기는 무척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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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 밥 만드는 중

1. 각각 사료를 전용 종지에 꺼낸다.

(꺼낼 때마다 느끼지만, 가루마다 향이 다 다르다. 특히 비타민 가루가 좀 꼬순내가 강하다.)

2. 기분에 따라 귀뚜라미 가루도 추가해 준다.

(귀뚜라미 가루는 진한 갈색으로 깊은 땅속에서 꺼내 온 색이다. 별다른 향은 없다.)

3. 분무기로 살살 물을 뿌려준다.

(입자가 작은 가루들이라 수도꼭지로 잘못하다가는 가루가 날려 온 사방으로 퍼진다.)

4. 적당한(?) 점성이 있도록 농도를 맞춰주고, 가루들이 잘 녹도록 여러 번 섞어준다.

(남편과 내가 추구하는 점도가 달라서 서로 만들 때 개입하지 않는다.)

5. 완성되면 500원보다 조금 큰 밥그릇에 담는다.

(샵 사장님이 인심으로 주신 분홍 밥그릇.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또 비슷한 걸 찾기가 어렵다. 그 인심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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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밥을 배치함

6. 완성된 밥을 사육장 한쪽에 넣어준다.

7. 먹는 순간을 보기 위해 기다린다.

8. 5분 뒤에 다시 본다.

9. 10분 뒤에 다시 본다.

10. 결국 참지 못하고 숟가락으로 떠서 가까이 가져대 댄다.


인터넷을 찾아보다 보면, 작은 숟가락으로 도마뱀에게 만든 사료를 먹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너무 안 먹는 것 같아서 애타는 마음에 숟가락을 마구 가져다 댔었다.

근데 볼일도 잘 보고, 야밤에 밥그릇으로 내려와 먹는 모습을 보기도 했었다.

(밥 먹는다고 호들갑 떠니까 다시 자리를 뜨던 내향성 도마뱀...)


물론 내가 안 볼 때 잘 먹겠지.

괜한 걱정이라 생각하지만,

역시 밥을 만든 사람 입장에는 주자마자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싶어진다.

결국 오늘도 못 참고 숟가락을 들이밀었다...ㅎ


관심없는 척하더니, 깜짝이야!


관심 없는 듯 주위를 돌더니 콱! 하고 가락을 물어버리는 녀석.

'깜짝이야..!'

요즘따라 먹성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코앞에 가져다 대도 도망가기에 바빴는데,

처음 혀로 받아먹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한참을 봤었는데!

그새 자란 것 같아 기쁘다가도 빨리 자란 것 같아 아쉽다.


처음으로 밥 먹는 모습 본 날


레미는 다행히 잘 먹고 있다.

간식은 다음번에 적기로..ㅎ



D+81


이름 : 레미

분류 : 파충류, 도마뱀

종 : 크레스티드 게코

모프 : 레드릴리

탄생일 : 25년 08월 13일

첫만남 : 25년 09월 07일

성별 : 모름

무게 : 아직 측정 불가

한 줄 메모 : 손가락에 묻혀서 주면, 덥석 물려나..? 남편한테 한 번만 해달라고 할까..?ㅋㅋㅋ


작성자 : 리을

수요일 연재